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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실패자 재기지원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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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사람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 대량생산으로 인류에게 마이카 시대를 열어준 헨리 포드(Henry Ford)도 첫 창업에 실패한 후 재창업을 통해 성공했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고교동창 친구의 20년전 이야기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10여년 근무하다 퇴직한 후 창업하였지만 실패하여 빈털터리가 되었다. 사업에 실패하니 궁핍을 면하기 어려웠고 가정도 파탄이 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찾아왔다. 제2금융권 대출 400만 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거래가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아무런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도움을 청하였다. 나는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하였다. 우선 친구를 재기시키기 위해서는 신용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십시일반 주변의 도움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빚을 상환하고 신용회복 절차에 착수하였다. 

3개월 간의 신용회복과정을 마친 후 신용보증기금의 소액보증지원제도를 안내하였다. 친구는 신보를 통해 지원받은 소액보증대출을 종자돈(seed money)으로 수산물 공급업체를 차렸다. 그는 실패를 교훈삼아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지금은 매출액 60억원에 이르는 알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도 되찾았다. 40여년의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그 일. 나는 친구가 실패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기관이 왜 성실실패자의 재기 지원에 앞장서야 하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고심 끝에 창업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불경기의 어려운 환경과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이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패는 이제 더 이상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자 동력이 되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9.2%이지만 재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73.3%나 된다. 한번 넘어져 본 사업가의 성공확률이 2.5배나 높은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우리 속담이 실제로 입증되는 사례가 아닌가?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성실실패자 재기 지원 업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서 성실실패자라 함은 현재 재산이 전혀 없고 전차 사업 시에도 재산도피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없었던 자를 의미한다. 채무감면·채권소각 등을 통해 신용규제의 멍에를 벗겨주고, 정책자금 및 경영컨설팅을 함께 지원하여 재창업을 유도함으로써 그들이 조속히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작년에 성실실패자 940명을 대상으로 133억원의 채권을 소각하였고 올해도 1,400명을 대상으로 200억원을 소각하여 그들의 새출발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당서(唐書)의 배도전(裵度傳)에 한번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상사(一勝一敗 兵家常事)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다"라고 했다. 그 만큼 실패와 성공은 가까이에 있다. 실패한 사업가도 우리 이웃이자 동료이며 형제자매임을 기억하자. 재도전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우리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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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관 #성실 실패자 #경제칼럼 #재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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