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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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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제주 4.3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만든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 당시 여야 정당 총재 등 정치인들도 영화를 관람했지만,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수배를 당하거나 구속됐다.

제주 4.319484월부터 19549월까지 77개월 동안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이 공산 빨치산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주민 3만여 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오랫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4.3사건이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학계와 사회단체가 나서면서 4.3은 비로소 우리 역사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이듬해 2000년에는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됐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3. 그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공식적으로 국가가 인정한 역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극의 역사 제주 4.3이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10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목소리들>(지혜원 감독)이다. 영화는 제주 4.3 당시 희생된 수많은 여자와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제주 4.3은 한국 전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낸 국가폭력 사건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만 명 희생자의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다. 19495, 민간인 수용소를 방문한 UN 위원단이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대략 3배나 많았고 팔에 안긴 아기들과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럼에도 여성 희생자는 오랫동안 4.3 관련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4.3 특별법 또한 희생자를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후유장애가 남아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 등 여성들의 희생은 제외되어 있다.

돌아보면 전쟁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기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제주 4.3도 성폭력 등 고통과 치욕의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의 희생을 오랫동안 암흑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여성을 통해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된 <목소리들>을 더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목소리들>은 이제 곧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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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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