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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처음 본 전주대사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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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택 온고을문화봉사단체 회원

신록의 계절! 해마다 6월이 돌아오면 유서 깊은 전주에서는 전국대사습놀이 경연대회가 열린다. 이는 우리 민족 예술의 꽃이요 국악인들이 선망하는 꿈의 무대다. 하여 이때만큼은 후백제의 도읍지였던 완산골 전주는 그야말로 민속놀이 축제의 바다가 된다.

판소리. 농악. 기악.무용. 민요.가야금병창 등 여러 가지 국악경연대회가 열린다. 상쇠의 리듬에 따라 빨라지고 느려지는 신명 나는 농악 놀이와 고운 나비처럼 하늘거리며 형형색색 조화를 이루면서 추는 아름다운 부채춤, 이러한 민속놀이는 분명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순박하고 인정 넘치는 전통놀이다. 그 옛날 농사를 다 지어놓고 풍년을 기억하며 저 멀리 푸른 들녘에서 들려오는 풍악 소리를 듣고 흥이 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신명나게 울려대는 풍장소리에 어깨가 들썩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꽹과리. 북. 장고. 징. 등 이런 네 가지 사물로 우리 선조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을까 참으로 신의 조화인 듯싶다.

경연대회가 열리는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국악인의 열정으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유명 개그맨과 능숙한 사회자의 해학스런 사회 속에 대사습놀이는 은은하게 퍼져오는 대금소리는 아침 안개처럼 피어올라 관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는 처음 본 이런 웅장한 광경에 마음이 무척 설레기도 했지만,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 받아 계승해야 할 젊은 사람들이 우리 것보다 서양문화에 더 익숙해저 간다는 신문기사를 접할 때는 더욱 아쉬움이 컸다.

푸른 들녘에서 흙냄새를 물씬 풍기며 신명나게 쳐댔던 우리네 농악, 나는 우리 전통음악의 진수를 그곳에서 보았다.

이어서 대사습놀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판소리명창대회가 이어졌다. 언제나 판소리 명창 부분은 민속놀이의 백미(白眉)가 아닌가. 머리를 곱게 빗고 고운 한복을 입은 명창후보들은 그 동안 배웠던 소리를 최선을 다하여 토해냈다. 감동적인 소리를 할 때마다 장내는 숙연해지고, 소리에 흥이 난 관중들은 신나는 추임새로 화답한다. 그야말로 장내는 흥의 절정이었다.

그 긴 판소리를 애절한 감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차라리 애처롭게 보였던 것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전주팔경 중에는 다가사후(多佳射(帿)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전주의 한량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려고 과녁판에 활을 쏘는 곳이다.

과녁판에 화살이 명중할 때마다 기녀들의 노랫소리는 다가산을 넘어 사위어가는 노을처럼 아름다웠으리라.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대사습놀이가  해마다 이곳에서 열리는 것을 보면 예부터 전주는 역시 풍류의 도시려니 싶다.

이렇듯 전국대사습놀이 경연대회가 열리는 국립무용뮤산원은 넓고 컸지만 명창들의 판소리 울림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작은 그릇처럼 보였다.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는 민속놀이 단원들, 농악.기악.무용.민요. 가야금병창 등 장원이 되려는 후보들의 긴장된 모습, 그 애절한 감정 속에 멋과 맛이 서려있는 판소리. 이 모두가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찬란한 문화유산이 아닌가1 이것은 우리만이 가질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거룩한 문화유산이다. 내가 처음 본 전주대사습놀이 경연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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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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