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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극단의 시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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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해가 없다. 장마철, 군산에 시간당 131.7mm의 폭우가 내렸다. 전국 97개 기후관측 지점 기준으로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군산지역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단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 찍힌 강수량이어서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군산 어청도에는 1시간 동안 무려 146㎜의 물벼락이 쏟아지기도 했다. 물폭탄·폭포비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기존의 용어로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이 기록적인 강우현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mm라고 하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요란한 장마가 지나가면 다시 가마솥더위·찜통더위 단계를 넘어서는 ‘극한폭염’이라는 용어를 매스컴에서 자주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어느 때부턴가 그동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극한호우·극한폭염·극한가뭄이라는 극단적인 기상용어가 자주 쓰인다. 기상청에서 지난해 여름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벼락·물폭탄에 이어 ‘폭포비’라는 표현까지 이미 익숙해졌다. 단어 그대로를 뜯어보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표현도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극한·극단의 상황이 어찌 기후뿐일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름과 차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져 극단으로 치닫는다. ‘수도권 1극 체제’가 고착되면서 지방은 당장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의 사람과 재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은 팽창을 거듭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그런데도 대규모 SOC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수도권 신도시는 3기, 4기로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지방 살리기·국가 균형발전은 항상 말뿐이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권을 돌아보게 한다. 극단적인 진영정치로 정치 양극화·극단화가 심해지면서 올 초에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테러 충격을 경험해야 했다.

극한(極限)이나 극단(極端)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최후의 단계나 지점’이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심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확언하기 어렵다. 지금 설정해 놓은 ‘극한’의 기준을 아주 큰 차이로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 다시 새로운 용어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 가져다 붙일 마땅한 용어도 없다. 그저 이보다 더한 상황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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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극단 #기상용어 #정치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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