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 했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청사진을 들여다보니 아쉬움이 커진다. 전주시가 BRT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오는 11월 착공하겠다며 최근 설계 초안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신호체계·환승터미널 등 지하철 시스템의 장점을 갖춰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내년 말까지 4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린대로 10.6km 구간(호남제일문~한벽교 교차로)에 BRT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구간(백제대로 전주역~꽃밭정이 네거리)과 3구간(홍산로~송천중앙로) 사업도 일찌감치 계획됐다. 이를 우범기 시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중교통 혁신방안으로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수도권과 대전·광주·부산·세종·창원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최근에는 양문형 굴절버스 도입과 폐쇄형 정류장 설치 등을 통해 기존 BRT를 업그레이드한 ‘고급형 BRT(s-BRT)’ 구축사업과 주변도시를 연계한 ‘광역 BRT’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주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 구간에서 버스 운행 속도가 5~6분은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린대로의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승강장의 높이를 조정해 BRT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 ‘도로 위의 지하철’·‘대중교통의 혁신’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오래전 전주에서도 시행됐다가 차선 표시만 남긴 채 슬그머니 사라진 ‘버스전용차로제’가 연상된다. 버스전용차로가 도로의 맨 바깥 차선에서 중앙선 옆 1차로로 바뀌고 도로 중앙에 정류장이 생기는 게 전부라면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필요하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 등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지역 거점도시인데도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고, 대중교통 분담률마저 낮은 전주에서 BRT의 필요성은 더 크다. 전주시는 현재 막바지 단계인 ‘기린대로 BRT 구축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되는 오는 8월말께 시민설명회 및 토론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승용차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이다. 도심 간선도로의 양방향 1차선을 버스에게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만큼 승용차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승용차 운전자들이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특색도 없이 가장 기초적 단계에 머문 전주 BRT 청사진에 다시 아쉬움이 든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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