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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대기만 6시간”…추석 앞두고 ‘응급실 뺑뺑이’ 불안감 고조

전북대병원 응급실, 환자 싣고 와도 2시간 이상 대기해야 내원 가능
주차장서 대기하는 구급대원들, “추석 연휴 환자 받아줄 병원 있을지 걱정”
전북 이송에 1시간 이상 걸린 환자 691명…작년 같은 기간 대비 ‘58%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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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대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상태에 따른 접수가 진행되면서 타병원 이송 및 진료 지연 등으로 환자를 싣고 온 119응급차량이 응급실 앞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오세림 기자

“말도 못 해. 여기(전북대학교병원 응급실) 9시 30분에 와서 1시간 기다렸는데 2시간 더 기다리래. 지금 남편이 숨도 못 쉬어서 죽게 생겼는데 어떡하냐고”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9일 오전 10시 30분께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홍현님 씨(75·전주시 인후동)가 걱정스러운 한숨을 뱉었다.

홍 씨는 “남편이 폐렴에 코로나까지 함께 걸렸다”며 “동네 병원에 나흘 동안 입원했지만 차도가 없어 전주에서 가장 큰 병원인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119구급차도 잘 안 잡힌다는 소문을 들어 택시를 타고 왔다”며 “작년에도 남편이 전북대병원에서 대장암 치료를 받아 응급실에 온 적 있는데, 그땐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전북대병원 응급실 앞은 장시간 대기하는 119구급대와 사설구급차, 환자, 보호자로 북적이며 장사진을 이뤘다.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응급실 앞에 도착해도 환자를 봐줄 의료진이 부족해 도착한 구급차 중 대다수가 주차장에서 환자와 함께 대기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여기에 구급차를 타지 않고 택시나 자가용을 타고 온 환자들까지 더해 응급실 앞 대기실은 말 그대로 북새통을 연상케 했다.

이날 무주에서 환자를 싣고 왔다는 119구급대원은 “오늘은 2시간 정도 기다리면 응급실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정도면 평소보단 적게 대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무주에서 대전에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다시 전북대병원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그때 환자와 구급차에서 6시간 정도를 보내야 했다”며 “의료진 파업 이후 환자 이송 시간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산에서 온 다른 119구급대원은 “의료진 파업 이후로 경상 환자들은 최대한 2차 병원으로 인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엔 그마저도 잘 안된다”며 “추석 때 사건·사고가 많아 환자도 많이 발생할 텐데 받아줄 병원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황은 병상이 부족해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전 11시 7분 기준 전북대병원 응급실 병상 포화도는 37%로 전체 48병상 중 18병상만 사용됐다.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들 대부분이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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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오세림 기자

지난 2월 20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한 전국 대학 병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약 반년이 지난 가운데,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숨지는 등 의료 공백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속 의료파업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을 앞두면서 긴 연휴 동안 응급실 등 의료체계 부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공개한 ‘소방청 구급활동 자료’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119구급대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도내 환자 2만1948명을 이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550명을 이송한 것에 비해 1602명 감소한 수치다. 이중 올해 병원까지 도착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린 환자는 6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7명)보다 254건(58%)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119구급대의 이송환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만1491명에서 5만명 줄었는데, 전공의 파업이 없던 지난해 같은 기간 1시간 이상 걸린 환자는 5737명이었지만 되레 올해는 2177명(38%)늘어났다.

전북의 경우 올해 장시간 이동환자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20%이상 많은데, 그만큼 전북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환자들이 타 지역보다 많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날 전북대병원에서 만난 보호자 최창효 씨(53)는 "동네 큰 병원들은 환자를 받지 않아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도 의료 파업 속 응급실 측에서 의사수에 비해 환자가 많아 대기하라고 했다. 누구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것이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이라며 "하루속히 이 난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용 의원은 "병원 이송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고 있다는 건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정부가 정한 골든타임 내 치료받을 수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의료 공백이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응급의료체계가 전국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도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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