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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제도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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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창 사랑받을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피살당하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현병 이력이 있는 40대 교사가 돌봄교실을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을 학교 시청각실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학생이 마음 놓고 지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벌어진 참사에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교육계가 술렁인다.

계획된 범죄, 구조적 문제인가 개인적 문제인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계획 살인 범죄이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에 사회에 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사회가 바라보는 교직은 도덕적 잣대가 매우 엄격하고, 학교는 학생들이 가정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비극적 사건은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보는 구조적인 접근보다 ‘범죄자’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의 강력 범죄로 보아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가칭) 하늘이법 추진을 통한 재발 방지 제도 개선

 국회는 정신적 질환, 심리‧정서 고위기 등으로 주변에 위해를 가하거나 정상적‧지속적 직무 수행이 현저하게 어려운 교원에 대한 긴급 분리 및 긴급 조치를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칭 ‘하늘이법’ 입법을 추진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교원 임용단계부터 정신건강을 고려하고 재직 중인 교원에 대한 심리 검사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교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교육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발표에 교원의 사기는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는 모두 예비 살인자인가?

 질병휴직을 사용하는 전국의 초중고 교사는 연간 2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초등교사의 휴직이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초등교사는 학생의 생활지도, 급식지도부터 학부모 상담, 각종 행정업무까지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다. 담임을 맡아 하루 종일 학생과 함께하는 직업적 특성상 정신적, 육체적 소진이 심각하다.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는 일반직 공무원의 2.16배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고 교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 교사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가진 교사들에게 ‘위험 교원’이라는 표식을 준다면 치료나 치유를 회피하거나 진료 이력을 감추는 등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과 폭력성 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들을 예비 살인자 취급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중앙보훈병원 민진령 연구부장, 서울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공동연구팀

 

마음 건강 회복을 돕고 교육자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 마련 시급

 사회적 감정에 휩쓸린 여론몰이에 기반한 졸속적 입법으로 교직 수행 가능 여부를 따지고 교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은 교육력을 하락시킨다. 교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에 더 큰 문제를 던지는 꼴이다. 교원의 정신건강 관리는 필요하지만, 이 사건으로 교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국회와 교육당국은 교육력 회복과 교원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라도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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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피살 #교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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