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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반룡부봉(攀龍附鳳)’, 줄서기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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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시계가 한층 빨라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예비후보군의 행보와 더불어 선거진영을 만들어낼 주변 단체와 조직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정가와 공직사회, 그리고 시민조직과 단체 등 곳곳에서 줄서기가 시작됐다.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사람과 단체도 적지 않다. 또 자신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는 명망가의 출마를 적극 부추기며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사람도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반룡부봉(攀龍附鳳)’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용의 비늘을 끌어잡고, 봉황의 날개에 붙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임금 또는 세력가에 붙어서 출세하거나 공명(功名)을 떨친다는 의미다. 난세의 처세술로 통하는 중국의 고전 ‘후흑학(厚黑學)’에서도 반룡부봉을 권하면서 ‘구멍이 있으면 반드시 비집고 들어가고, 없으면 뚫어서라도 들어가라’고 했으니 선거판의 줄서기는 경쟁사회, 도전하는 사람들의 현명한 처세술로 비춰질 수 있다. 벌써부터 공직사회에서 노골적인 줄서기와 눈치보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다.

후보자들이 문제다. 당선을 위해 공직자들까지 줄을 세우려고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위배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흔드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물론 당선 후 ‘인사 특혜’라는 암묵적 거래가 있다. 먼저 제시하거나 요구하지는 않지만 선거판의 불문율이다. 선거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시작인 지자체와 교육청의 첫 인사를 보면 어느 공직자가 어느 후보 편에 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동안 능력에 의문표가 붙어있던 공직자가 불쑥 요직을 꿰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줄을 잘 선 공무원이다. 반대로 다른 줄을 잡은 공무원은 자신이 등졌던 후보가 단체장으로 있는 4년 내내 쓴맛을 볼 수도 있다.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개방형 직위제’는 선거캠프에서 함께 뛴 조직원들을 공직으로 끌어들여 이른바 ‘점령군’ 조직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지역사회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단체장의 말을 믿고 공개모집에 응모한 캠프 밖 사람은 그들이 짜고 친 공모에 들러리가 돼 이미 낙점받은 인물의 임용요건(복수의 지원자)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한다.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잡자마자 능력이 아닌 내 사람·네 사람부터 따지고, 학연·지연을 가려가며 친위조직을 만드는 인사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직사회의 줄서기 행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런 악습 철폐 과제가 모두 ‘이긴 다음’의 문제다. 이기지 못하면 그야말로 모든 계획이 한여름 밤의 꿈으로 사그라진다. 그렇다면 ‘승자가 되더라도 인사 특혜나 보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후보를 내 일처럼 도와줄 사람이나 단체가 얼마나 있을까? 풀기 어려운 현실적 딜레마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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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부봉 #지방선거 #공직사회 #줄서기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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