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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바다문학상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시작시작 밀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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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시인. 전북일보 자료사진  

 

 

시작시작 밀려오는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마음을 수평선에 걸어둔다

잘라낸 손톱이 아쉬운 낱말보다 먼저 자라난다

 

물 젖은 문장을 뒤적거리는 가마우지들과

풀렸다고 생각하면 엉기고

열렸다고 생각하면 막히는 글줄들, 그리고

자판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동안

여지없이 다시 자라는 손톱들

 

눈치 없이 깜빡거리는 커서와

걸핏하면 캄캄하게 저무는 노트북을

다 식은 커피 향기 아래 펼쳐두고

조가비들이 수행하는 죽림 해변으로

한 소식 들어보러 간다

한 말씀 챙겨보러 간다

간신히 찾아낸 문장들은 껍데기만 남았고

나는 바다의 순례자가 되어 서성거린다

 

始作 時作 試作 詩作

해안으로 다시 밀려오는 파도들

해안선 너머까지 자라는 손톱들

 

해무를 덮고 까무룩 잠들었던 수평선과 

수평선에 걸터앉아 다리 그네를 타는 먼 섬에는

닿지 못할 것 같은 문맥이 끝없이 이랑 진다 

 

조개들의 가부좌가 즐비한 해변에서

하얗게 삭아 내리는 파도의 오도송을

귀 어두운 소나무에 기대어 듣는다

가끔 갸웃거리며 듣는다

 

문장을 기르는 잘피밭은 아직 무성하다 

 

△김영 시인은 199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후 전북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눈감아서 환한 세상>, <파이디아>, <쥐코밥상> 등이 있다. 전북문학상, 석정촛불시문학상,  월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석정문학회장을 맡아 전북 문학과 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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