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울로 회화나무 66그루 '과한 가지치기' 논란
전북환경운동연합 "명분 있어도 무리하게 자를 필요 없어"
전주시 "재난 대비 차원, 지난달 말 해당 구간 나무 쓰러져"
최근 전주시 여울로 전주 천변 가로수 70여 그루에 대한 가지치기가 이뤄졌다. 그동안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잔가지를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장소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무의 단면이 보일 정도로 가지를 잘라내 '과도한 가지치기'라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주민 편의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여름 가지치기는 생육 위협"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대표는 지난 7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주천변 여울로 인근 회화나무의 가지치기 사진을 여러 장 공개하면서 과도한 가지치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공개한 사진에는 대부분의 잎이 잘려 나가서 앙상한 가지 형태만 남은 가로수의 모습이 담겼다. 나무는 굵은 가지까지 절단돼 내부 구조가 드러났고 일부는 잘린 단면이 뚜렷이 보였다. 가지치기가 되지 않은 인근 아파트 방면에 있는 나무와 비교될 정도였다.
그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시기에 아름드리 회화나무를 강전지(과도한 가지치기)를 했다. 전주천변 여울로 770m 구간을 조사했다. 위험한 나무 몇 그루가 아닌 구간 내 회화나무 70여 그루가 (모두) 강하게 가지치기 됐다"며 "태풍을 대비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6∼7월은 수목의 생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면서 "이 시기에 가지를 과도하게 자르면 나무가 심각한 스트레스와 상처를 입고 장기적으로 고사하거나 기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환경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전주시에 △생육기 가지치기 중단 △전문가 자문을 통한 생태 가이드라인 마련 △가로수 관리계획 공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운영 등을 요구했다.
환경연합은 “한쪽에선 가로 정원을 가꾼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선 강한 가지치기로 살풍경을 만드는 것은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 행정”이라며 “여름철 강한 가지치기는 수관 불균형, 내풍성 저하, 뿌리 건강 악화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통 회화나무의 적정 가지치기 시기는 늦겨울과 이른 봄으로 본다. 이 시기에 가지치기하면 나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이번 가지치기는 재난 대비 일환”
이 논란에 대해 전주시는 재난 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는 지난 4일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대비하고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가로수 가지치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여울로 전주 천변 인근 회화나무 66그루를 포함해 8개 노선에 있는 회화나무와 플라타너스다.
지난달 말 해당 구간의 나무 두 그루가 폭우로 쓰러지며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시 녹지정원과 관계자는 “회화나무는 지상부가 크고 뿌리가 얕아 강풍에 쉽게 쓰러지는 수종이다. 비바람에 의한 전도 사고를 막기 위해 가지치기를 결정했다”며 "그동안 접수된 민원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등 중앙 정부로부터 여름철 재난 대비 선제 조치를 지시받았다. 평소에는 겨울철에 가지치기했다"고 설명했다.
여울로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도 가지치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지치기가 다소 과도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무는 금방 자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마트를 운영하는 A 씨는 "예전엔 나무가 바람길을 막아 여름에 더웠는데 가지치기 이후 시원해졌다. 매년 자라나는 수종이니 다시 푸르게 우거질 것"이라고 했다.
주민 한동일(65) 씨도 “나무가 자라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을 가려 단속에 걸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동안 민원 넣을 때마다 조금씩 잘랐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면서 “보기에 꽤 휑하긴 하지만 이 나무는 워낙 빨리 자라니 1년 정도면 다시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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