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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론조사, 그 신뢰성과 공정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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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의 65%가 완주·전주 행정통합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직접 13개 읍·면을 돌며 완주군민의 목소리를 들은 필자가 느낀 현장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결과여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조사 결과를 접한 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질문지와 결과지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실상은 통합 반대를 유도하는 ‘설문 프레임’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핵심은 통합 찬반을 묻기 전에 배치된 문항이다. “완주·전주 행정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치권 상실, 지역 우대 혜택 및 복지 축소 등의 불안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부정적 전제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었다.

응답자는 이 같은 부정적 정보를 접한 직후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 순서상으로도 ‘반대’가 먼저 제시되고 ‘찬성’이 나중에 등장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 ‘찬성-반대’ 순서의 선택지가 제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질문 설계에 의도가 개입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반복됐다. 통합 반대 선택지에는 ‘완주군이 독자적으로 발전’한다는 식의 긍정적 수식어가 붙은 반면, 통합 찬성 선택지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내년도 완주군수 선거와 관련한 문항에서는 통합 자체를 ‘갈등’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묶어 제시하기도 했다.

조사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는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고, 특정 이슈에 강한 입장을 가진 응답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집단일수록 ARS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내란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를 넘게 나온 여론조사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응답률도 문제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군민은 총 1003명으로, 응답률은 6.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조사 과정에서 1만 명이 넘는 완주군민이 ARS 전화를 통해 통합에 대한 부정적 문구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조사 결과를 넘어 군민의 인식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더 큰 우려는 통합 반대 측 일각에서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펼쳐온 점이다. 이번 조사가 그러한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여야지,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어느 한쪽의 시각만 반영된 여론조사가 군민의 판단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왜곡된 조사에 기대어 통합 논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는 군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공정하지 않은 방식의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다. 여론조사는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왜곡된 거울은 민심을 왜곡할 뿐이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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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신뢰성과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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