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가족돌봄아동 현황 파악 안 돼⋯학교·복지기관 등 사례 발굴에 의존
전문가 "가족돌봄아동 법적 정의 명확히 하고 체계적 실태조사 진행해야"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의 돌봄을 책임지는 ‘가족돌봄아동’들의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에 거주하는 A양(10대)은 부모님의 병원 진료 등 외부 활동에 대부분 동행하고 있다. A양의 부모님은 다리가 불편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A양은 활동 반경이 비교적 좁을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손과 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A양은 “가끔 바쁜 일을 하고 있거나 우울할 때는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며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또한 B양(10대)은 평소 친구와 만나는 등 일상생활 중에도 문득 귀가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지병이 있는 B양의 어머니는 무리한 활동 시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B양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어머니가 편찮으시니 혼자서 일을 하시지 않도록 내가 많이 도와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밖에 있을 때는 내가 빨리 가서 옆에 있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다.
B양의 부모님은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은 뭐든 다 해주고 싶으나 경제적 사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무언가 지원을 해준다면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잇따르자 정부는 2025년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부모의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돌봄의 책임을 지게 된 아이들을 ‘가족돌봄아동’이라고 정의하고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군산시, 익산시, 남원시는 초록우산 전북지역본부와 협력해 ‘가족돌봄아동’ 사례를 발굴, 생계비와 정서적 돌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도내 가족돌봄아동의 숫자 등 정확한 현황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학교와 복지기관 등 유관기관의 사례 발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혜정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돌봄아동들은 일반 아동들과 달리 학업, 여가생활 등을 희생해 가족을 돌보고 있다”며 “이들은 정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 미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등 복합적 문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북특별자치도의 가족돌봄아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보이지만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못한 채 추정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가족돌봄아동의 법적 정의를 더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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