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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밥이 무섭냐-조미애

어머니는 밥이 무서웠다

삼시세끼 행여 새끼들 굶길까

숙이고 또 숙이시며 닦고 또 닦았다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설렘과 두근거림에 거울을 만지작거리는 자식들

학교 중단시킬까 불안하여 텅 빈 통장 자꾸 열어서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셨다 그것은 오직 어머니의 몫

꽃이 피는 줄도, 꽃구경은 사치스러운 여인들의 것이라고

바닷가 해수욕도 가을 단풍 구경도 모두 남들 이야기라고

밥을 무서워하던 젊은 어머니는 어느새 팔순 노인이 되시어

늙어가는 자식들 먹을거리 투정을 보면서 말씀하신다

그렇게 밥이 무섭냐?

 

△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밥’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의 눈물, 노동, 사랑, 그리고 세월을 다시 보게 해준다.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어머니의 삶과 마음이 담긴 사랑의 표현이다. 자식들 도시락에 삼시세끼 정성을 쏟으며 자신의 건강과 삶은 돌보지 못한 채 살아온 어머니였다. 희생은 밥에 녹아있다. 그렇게 자란 자식이 나이가 들어 어머니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고 ‘밥의 무게’, 사랑의 깊이를 깨닫는 회한의 표현이다. “그렇게 밥이 무섭냐?” 어머니의 사랑이 소리로 다가온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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