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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1세기 지방자치 ‘리더의 조건’

오정현 전 남원시 국제봉사단체 협의회장

대한민국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지 서른 해가 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역의 운명을 결정짓는 단체장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몸소 체험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리더십 평가 기준 중 후보자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유권자들의 시선 일부는 과거의 관습적인 틀이나 후보자의 외형적 모습에 대한 호,불호 등의 지엽적인 부분에 매몰되어 있거나 편견의 잣대로 검증한 적은 없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행정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며 행정 인프라가 미비했던 시절에는 시장이나 군수가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식의 ‘활동가형 리더십’이 미덕으로 통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방자치단체는 방대한 빅데이터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수조원  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고도의 전문 행정 조직이다.

이제 지방행정의 수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직접 삽을 들고 현장을 누비는 ‘야전 사령관’의 역량이 아니다. 조직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여야 한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이끄는 지휘자는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거나 트럼펫을 불지 않는다. 그의 진정한 힘은 단원 개개인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전체적인 곡의 해석인 ‘비전’을 제시하며,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데서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인 역량이 아니라 수백,수천명의 공직자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전략적 사고력’과 지역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적 혜안’, 그리고 그 결정의 무게를 견뎌내는 ‘정신적 단단함’이다.

유능한 리더는 본인이 모든 것을 직접 다 해내야 한다는 독단과 만능주의에 빠지는 대신, 유능한 참모를 적재적소에 등용하고 효율적인 보고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리더 개인의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시정을 펼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리더 한 명의  활약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리더의 부재 시 즉각 멈춰 서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조직 시스템은 리더의 활동 범위와 상관없이 시민의 삶을 24시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따라서 유권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후보자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단편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그가 가진 ‘경험의 깊이’와 ‘조직 운영의 철학’, 그리고 난제를 해결해온 ‘실제적인 실력’이어야 한다.

또한, 리더가 지닌 고유한 삶의 궤적과 전문적 경험과 식견을 가진 후보라면 향후 정책 구현 과정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음은 경험칙에 의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선택 가치는 ‘도덕성’과 ‘능력’이라는 본질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성패는 결국 단체장의 역량에 달려 있으며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기초적인 잣대는 오직 두 가지다. 공직자로서 결함이 없는 ‘도덕성’,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이다.

선입견과 편견의 잣대는 이 본질적인 가치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혈연, 지연,학연, 등의 친소관계에 따라 리더를 뽑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물을 닦아줄 따뜻한 도덕성과 복잡한 행정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유능한 경영자를 찾아내야 한다.

만약 유권자가 후보자와의 관계나 겉치레에 휘둘려 전문성과 검증된 경력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역 사회 전체의 커다란 손실이자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향후 지방선거는 후보자의 겉모습에 대한 단순한 품평회가 아니라, 누가 우리 지역이라는 거대한 조직

을 가장 아름답게 조율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적임자를 가려내는 성숙한 공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의 무게와 그간의 성과를 냉철하게 비교하는 혜안이야말로, 우리 지역의 품격과 미래를 결정짓는 진정한 유권자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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