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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박천억 SK오션플랜트 고문·전 해군제독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에너지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경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수송 경로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항로가 점차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가 아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 중심 항로 대비 운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과 자원 접근의 새로운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이미 러시아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극지 실크로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은 더 이상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 경쟁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 공간으로 준비된 국가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해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해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이자 산업 기반이며, 동시에 안보의 최전선이다.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 루트를 활용하려면 항해 안전, 해상 통제, 구조·구난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군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은 에너지 전략과 산업 구조를 뒷받침하는 국가 역량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해양력이 없는 에너지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제조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남권을 중심으로 해상풍력과 전력망 확충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은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이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한 기능 분업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산업, 인재가 함께 결합되는 구조여야 한다. 해안 지역은 해상풍력과 수소 에너지, 항만 물류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전력 다소비 첨단 제조를 함께 유치하는 복합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내륙 지역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악 지역은 재난 대응과 환경 관리,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우리와 유사한 반도형 구조와 산악 지형을 가진 국가로, 이러한 조건을 산업과 에너지 전략으로 전환해 왔다. 이탈리아는 남부 LNG 터미널을 통해 도입한 에너지를 북부 산업지대로 연결하고, 그리스는 피레우스 항을 중심으로 항만과 내륙 물류망, 도서 지역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항만과 에너지, 산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은 지형적 한계를 경쟁력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결국 균형발전은 지역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중동 전쟁이 보여준 에너지 리스크, 북극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해양력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AI 시대 산업 구조의 변화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 안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지역의 특성과 지정학적 조건을 반영한 에너지 그리고 해양 중심의 통합 전략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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