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난리가 났을까. 민주당이 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유력주자였던 김관영지사를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즉각 제명처분하자 상당수 도민들이 정청래 대표가 이원택 의원을 지사 후보로 만들려고 이중잣대를 적용한 게 공정성을 상실했다면서 연일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도민들은 당에서 유불리를 따져 경선을 실시한 게 상식적이질 않았다면서 지난 지사 경선 때도 송하진 전 지사를 일방적으로 컷오프시키는 등 유독 전북에서 자신들 맘대로 후보를 결정하는 전횡을 일삼았다고 맹비난했다.
문제는 정 대표가 일방적으로 제명을 결정해도 도민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수긍하면서 따라올 것이란 그 오만함이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당원들도 정 대표의 후보 선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전북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도민들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이 저지른 사건을 차별적으로 처리, 미운 김 지사한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제명 처분하고 이 의원 측의 정읍 고깃집 술값•밥값 대납 사건은 꼬리 자르 식으로 면죄부를 준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지사 경선 때 보여준 당의 결정이 그 어디에서도 공정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일방적이었다면서 공당인 민주당을 사당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도민들은 중대 기로에 처해 있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하느냐 아니면 민주당에서 억울하게 제명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를 지지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키로 하는 등 모처럼만에 이재명 정부 들어 지역발전의 기회가 왔기 때문에 힘 있는 민주당 후보를 뽑아 전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은 그간 민주당 일변도로 지지한 결과가 뭐냐고 반문하면서 도민들이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DJ 때는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시켜줄 정도로 도민들이 그간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준 결과가 오늘과 같은 오만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1971년 소석 이철승이 유진산 신민당 당수의 지시를 어기고 결선에서 DJ를 지지해 DJ가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그에 대한 보답은 커녕 13대 총선 때 전주시을에서 출마한 7선의 소석이 재선인 평화민주당 손주항한테 패배했다. 그 당시 전주시민들이 거물인 소석을 떨어뜨린 게 패착이었다. 그 이유는 3선의 손주항 의원도 결국 DJ에 밉보여 정치 초년생인 장영달한테 떨어지는 등 계속해서 도미노현상이 발생, 전북에서 인물을 키워주지 않는 나쁜 풍토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의 자존감이 사라졌고 이번처럼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사실 김 지사가 정 대표한테 억울하게 당한 그 이면에는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박찬대 의원을 밀어준 데다 최근 익산으로 이사와서 8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로 나설 김민석 총리를 지원한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정 대표가 더 이원택 의원을 밀어준 것이다. 이 의원도 김 지사를 컷오프 시키려고 12•3 계엄에 김 지사가 협조했다는 프레임을 씌웠지만 이게 불발되면서 급기야 김 지사가 제명되자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 되었다.
민주당은 안방사수를 위해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병도 원내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이 이틀이 멀다하고 전북을 찾지만 성난 민심을 제대로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당보다 인물론으로 구도가 잡히면서 김 후보는 동정여론까지 얻어 여론상 우위를 달린다. 중국 위나라 때 죽음을 앞둔 조식이 왕인 형 조비 앞에서 지었다는 칠보시(七步詩)처럼 어찌 형제였던 양측이 사생결단식의 혈투를 벌여야 하는지 정치판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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