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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에서 전주 아중지구를 내려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여관건물을 빼놓고는 조립식 건물 투성이에요.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콘크리트 건물이 쭉쭉 올라가는데 공터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조립식 건물입니다. 시내에서 운행되는 레미콘 차량을 어디 쉽게 볼 수 있습니까”.건축자재업에 종사하는 전주시 인후동 김모씨(37)씨는 98년부터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한 민간 부문 건설경기가 좀체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시내 풍경을 사례로 들었다.민간부문은 공공부문과 함께 건설경기를 이끄는 양대축을 이룬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공사 발주량이 극도로 위축된 현실에서 민간부문 건설수요는 업계의 일감난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건설연관산업을 견인하는데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민간부문은 건설수주 시장의 50% 가까이를 차지해오다 98년부터 점유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지방, 특히 전북지역은 더욱 심하다. 민간부문이 살아나면 토목 등 또다른 건설수요가 창출되고 전기나 소방공사업, 설비건설업 등 건축공사에 연계된 업종을 부양시키는 효과가 크다” 고 말한다. 그러나 지역 건설시장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민간부문 건설물량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주택건설 사업. 전북지역에서는 해마다 2만5천여세대의 공동주택이 꾸준히 건설 공급돼 왔다. 주택사업협회 전북지회 집계결과 94년 도내 주택건설실적은 2만5천세대, 95년에는 2만7천세대에 달했다. 96년과 97년에도 각각 2만1천세대, 2만6천세대가 건설됐다.이같은 건설현황은 IMF와 함께 곤두박칠 쳤다. 공공부문과 달리 경제난의 여파가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98년 도내 주택건설실적은 평년의 30% 수준인 7천8백세대로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도 8천3백세대에 그쳤다.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이뤄진 주택건설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기간 사업승인된 도내 업체의 물량은 모두 16건, 3천1백59세대. 그나마 분양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50세대 이상 규모가 전체 승인건수의 37%를 차지하고 있다.공동주택을 제외한 주거용, 상업용 건물의 건축경기도 냉랭한 것은 마찬가지. 건축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이 올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97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차이가 벌어져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이뤄진 도내 건축허가 면적은 1백43만㎡로 97년 같은기간 1백72만㎡에 비해 16.9% 감소했다. 전북건축사협회 태완섭과장은 “IMF 이전까지 민간건축은 풍부한 가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과거에는 땅만 있으면 건물을 지었다. 건물을 짓고 나면 전세금을 받아 공사대금으로 지급했다. 이런 건축관행이 깨졌다. 민간부문 건축이 실수요 위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전에 택지개발이 완료된 서신 및 서곡지구의 단지성숙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이같은 건축관행이 사라지고 경기침체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관급공사 일감부족과 함께 수년째 계속되는 민간부문의 침체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급 기술인력에서부터 일용직 현장 근로자까지, 건설연관산업에서 부터 서비스업종까지 건설불황이 가져오는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감리업체의 경우 아파트 건설물량이 축소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신규사업이 없다보니 감리 수주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현장에 파견된 기술인력들은 공사가 완료되면 복귀할 곳이 없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업체마다 60% 이상씩 인원을 감축했다. 민간부문 공사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레미콘 수요도 바닥을 드러냈다. 기협중앙회 전북지회가 지난달 도내 6백59개 중소제조업체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레미콘 업체의 조업상황은 49개 모든 업체가 조업을 단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협중앙회는 가동률이 80% 미만인 업체를 조업단축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레미콘 업계의 실질적인 가동률은 30%대에 불과하다. 건축사 업계 역시 설계물량 감소로 인해 덤핑수주가 만연하고 IMF이후 해마다 15명 이상씩 업계를 떠날 정도로 휴폐업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건축의 부대공종인 설비 전기 소방공종도 민간부문의 극심한 침체와 함께 동반 신음하고 있다.이들 사례들은 민간부문의 건설경기가 지역경제 활성화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음을 새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상가상 난개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준농림지 폐지방침으로 민간부문의 위축이 더욱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건설물량 상승곡선 지난해부터 급강하- 일감부족, 업체 존립기반 위협할 수준- 체감경기 더욱 악화, 1건공사에 4백여개 업체 목매지역 건설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존립기반이 위태로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제조업 분야가 취약한 전라북도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건설업은 특히 고용창출 등 파급효과가 큰 업종이어서 전북경제가 활력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건설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게 지역 경제계의 한결같은 논리다.양적성장에 들떠 내실을 다지지 못했던 지역 건설업계는 IMF이후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북을 대표한다는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져 지역 건설시장이 타지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공부문 물량감소와 민간부문의 부진도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과 실태, 이들이 찾아야 할 활로 등을 다섯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지난 23일 건설협회 전북도회 임시총회에서 새회장으로 선출된 한기수씨는 회원사를 상대로 한 당선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은 GDP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지역경제의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건설업계는 사상 초유의 난국을 맞고 있다”.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업계가 맞고 있는 위기의 일단을 그대로 표현한 대목이다.지역 건설업계가 맞고 있는 숨가뿐 상황은 무엇보다 일감부족으로 인한 수주난에서 출발한다. 반대로 일감을 따내고자 하는 업체는 날로 늘고 있다.건설업은 수주를 핵심으로 하는 산업이다. 일감을 따내야만 업이 영위된다. 수익과 부가가치 창출여부를 떠나 업계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사물량이 확보돼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IMF 이후 지역 건설업계는 여지껏 체험하지 못한 일감난을 겪으며 극심한 불황의 터널을 걸어가고 있다. 올해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기반붕괴를 우려하는 불안감도 그 어느때보다 팽배해 있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지역 건설업계는 지난해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상승곡선을 이어가던 건설물량이 사상 처음이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강하했다. IMF 직후인 98년은 전년도에 반영시킨 공공부문 투자예산이 집행돼 직접적인 여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지난해 일반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발주된 지역내 공공공사 물량은 모두 7백건, 발주금액은 1조4천8백13억원으로 집계됐다. 98년 8백22건, 3조2천4백5억원에 비해 건수면에서는 14%, 금액면에서는 무려 54% 줄었다. 이들 물량을 지역업체들이 온전히 수주한 것은 물론 아니다. 전국으로 공개되는 대형공사에서 수주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전체 수주금액의 불과 40% 남짓만을 차지했다. 업계 상황은 올들어서도 반전 기미가 없다. 지역 일반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공부문 건설물량의 경우 올들어 5월말까지 6천1백19억원 어치가 발주돼 작년 8천91억원 보다 24.4%나 줄었다. 업계가 최악이라고 여겼던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이에대해 S건설 사장은 “정부와 지자체 재정의 한계로 SOC 증가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정부가 완공위주의 집중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바람에 공공부문 물량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면서 “여기에 민간부분 건설경기의 부진이 한데 겹쳐 지역 건설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의 체감경기는 어떨까. 1천3백50개사에 달하는 지역 전문건설업체 가운데 철콘업종을 보유한 업체는 8백여개사로 전문업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입찰집행된 철콘공사는 지자체 31건, 농업기반공사 49건 등 모두 80건으로 업체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사금액 1억5천∼3억원을 차지하는 철콘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때마다 4백여개 업체가 응찰에 나서고 있지만 낙찰은 결국 1개회사로 돌아간다.N업체 사장은 “상하수도 업종을 갖고 있는 회사만 4백50개사다. 입찰때마다 1만원의 참가수수료를 내야하고 입찰장을 오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물량이 많으면 기대심리라도 있기 마련인데 올해 공개입찰로 고작 47건이 발주됐다”고 말했다. 전문 및 일반건설업계를 둘러싼 이같은 사정은 업체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일반건설업 토건업종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60억원의 기성실적을 올려야 한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법정 기술자 보유인원 10명과 경력임원 1명, 대표이사 업무 총무 공무 여직원 등 업체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을 20명으로 잡았을 때 60억원의 기성실적이 달성돼야 손익분기점에 맞출 수 있다는 것.그러나 99년 건설협회 전북도회 기성실적 순위 결과 60억 이상의 기성실적을 기록한 업체는 2백40여개 회원사 가운데 50개사에 불과해 업계전반이 처한 경영위기의 현실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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