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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 동학·농업으로'법고창신'실현하자
헌법개정, 동학·농업으로'법고창신'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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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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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역사적인 흔적 / 공익적 가치 헌법에 반영 / 국가번영 원동력 삼아야
▲ 송하진 전북도지사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법기관인 국회도 특위를 구성하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행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6월 항쟁으로 성취한 1987년 체제는 벌써 스무 해를 맞았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부문에서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지방분권, 균형발전과 같은 시대적 화두를 실현하기에는 현행 헌법의 틀은 낡고 오래되었다. 급격한 변화와 미래상, 국민적 요구에 맞춰 헌법도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되었다.

헌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 작동원리를 규정하는 근간이다. 역사를 통해 축적돼 온 국민적 경험이 소망하고 바라는 통치질서와 가치질서의 정수(精髓)이자, 우리가 함께 건설해야 하고 기꺼이 물려주고 싶은 이상적 국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이 바라고 꿈꾸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할 새로운 미래를 헌법을 통해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나는 헌법이 반드시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그 뿌리를 분명히 닿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눈물, 땀으로 지켜낸 우리의 역사적 가치와 마땅히 지키고 계승해나가야 할 문화와 미덕이 헌법에 뚜렷이 새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그런 의미에서 헌법이야말로 ‘옛것을 토대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정신과 삶을 만들어오고 움직여온 근간은 무엇인지 헌법에 명백히 기록되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국가번영의 원동력으로 삼아나갈 것을 헌법을 통해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었으며, 반드시 개정 헌법에 반영해야 할 법고창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동학농민혁명’정신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마땅히 그 첫 자리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학농민혁명과 농업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역사의 거울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비추는 횃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3·1운동과 4·19혁명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이 두 사건의 바탕이나 다름없는 근대사 최초의 민중혁명이다. 흰 삼베옷을 입고 반부패·반봉건·반외세를 외친 농민들이 우리 역사에 남긴 선명한 흔적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권력에 맞서 자신의 권리와 행복을 쟁취할 힘이 민중에게 있음을 보여 준 운동이다. 3·1운동과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뿌리다.

주권재민 정신의 씨앗으로 기려야 할 동학농민혁명을 헌법전문에 반영한다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농업은 어떠한가. 농업이야말로 우리 문화와 경제의 근간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동시에 엄청난 공익적 가치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게 농업이다. 농업과 농촌은 식량안보, 문화 계승, 환경보호, 재해방지, 지역사회 유지 등 다원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가 연간 총 76조 원에 이른다.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국가가 수호하고 지켜야 할 근본산업이자 공익, 최후의 미래 산업으로 여기고 헌법으로 보장하고 가꿔야 하는 큰 이유다.

사실 동학농민혁명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헌법 반영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은 사안이다. 그런 만큼 반드시 이번 헌법 개정에서 반영되어 법고창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소중한 자산을 미래세대와 기리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역사학자 E.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통해 현재에 대한 지배력,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국가의 역사와 법철학, 삶의 방식 등 모든 영역이 응축되어 있는 헌법 위에서도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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