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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연대 가능성 모색 좌담회] "그건 네 잘못이 아냐…2차 피해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미투 운동, 연대 가능성 모색 좌담회] "그건 네 잘못이 아냐…2차 피해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 문민주
  • 승인 2018.03.0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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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
- 가해자들 ‘사회 처벌’두려워 해…대부분 사건 증거없는 경우 많아 피해 입증 조사방식부터 바꿔야
박정교 변호사
- ‘폭로=사실’여과장치 없어…고소·고발·폭로 동시 진행 법률구제시스템 상시화 필요
강현덕 미술가
- 문화·예술계 성폭력 비일비재…폐쇄된 도제식 시스템 바뀌고 예술·도덕성 별개 인식 변해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속 심리학과 교수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한마디. 이 문구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되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미투(#MeToo) 운동’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의식’은 ‘동지 의식’으로 바뀌었다.

미투 운동이 개인의 폭로에 그치지 않고, 권위주의와 성차별주의 등을 철폐하는 사회 제도·인식의 구조적 변화로 확장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는 연대의 형성과 지속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의 의미를 되짚고,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전북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박정교 변호사,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 강현덕 미술가가 참석했다.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왼쪽)·박정교 변호사·강현덕 미술가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왼쪽)·박정교 변호사·강현덕 미술가

- 한 달간 진행된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교= 다른 범죄 사건과 성폭력 사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해자가 감춰진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으로 ‘나만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게 밝혀졌다. 미투 운동의 출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환영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반론의 기회 없이 ‘폭로=사실’로 인식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권지현= 그동안 가해자가 돈과 권력이 있으면 책임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미투 운동으로 형사 처분보다 사회 처벌이 이뤄지면서 가해자도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돈과 권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피해자의 증언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앞으로는 미투 운동을 통해서가 아닌, 형사 체계 안에서도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다.

△강현덕= 문화·예술계에서는 성폭력이 비일비재했다. 많은 피해자의 고백에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미투 운동이 가속화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 모두 미투 운동에 대해 공감하지만, 진행 양상에 대한 우려도 있는 듯하다.

△박정교= 이미 재판이 다 끝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투 운동이 여론 재판이 될 경우에는 위험하다. 지금의 미투 운동도 전체 사건에서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격화되었다. 만약 무고한 피해자 사례가 한두 건이라도 발생하면 미투 운동 전체가 퇴색될 수 있다. 미투 운동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권지현= 나는 피해자들이 증거도 없는 예전 이야기를 왜 꺼내는 것인가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 성폭력 사건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지펴진 불씨를 꺼뜨리면 안 된다. 말하는 것조차 입막음 되면, 증거만을 요구하는 방식이면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현재 형사 건에서 무고가 1%밖에 안 되는데, 그 1% 때문에 다시 침묵해선 안 된다.

-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나.

△박정교= 미투 운동이 언론을 통해 내용이 바로 공개되기보다는 사전에 법률 상담을 통한 뒤 고소·고발과 폭로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최소한 한 번은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 상시화된 법률구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법률적 판단이 뒤따른다면 미투 운동도 안정화, 장기화할 것이다. 특히 엄벌보다는 필벌이다. 그간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고 처벌받지 않으니 반복됐던 것이다.

△권지현= 형량 강화보다는 폭행·협박·저항 등의 입증을 요구하는 성폭력 피해자 조사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대부분 수사기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협의 폭행 및 협박’ 기준을 삭제하지 않는 한, 2차 피해 근절이 어려운 구조다. 또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건 가해자의 사과다. 잘못과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만 해도 많은 사건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애 단계별 인성 교육과 조직 내 성인지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강현덕= 미술인으로 문화·예술계를 놓고 보자면 폐쇄적이고 도제식으로 돌아가는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술성과 도덕성은 구별돼야 한다는 인식과 예술인들의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위 ‘문화 권력’에게 밉보이면 공연 배역을 받지 못하고 전시에 끼질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의 권위를 악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별종 예술인’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권위자도 언제든지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 미투 운동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권지현= ‘말할 수 있는 환경’ 자체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많은 사람에게 미투(미투 운동 방식)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상 공감 댓글로도, 오프라인상 지지 발언으로도 마음을 보탤 수 있으니 말이다.

△박정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것 같다.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고, 처벌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동시에 권위주의, 성차별주의 등 인식도 변해야 한다.

△강현덕= 경각심이라 생각한다.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성 문제에 대한 인식적, 행동적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문민주·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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