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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주제와 파격의 향연 '프론트라인'] 이토록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라니…
[급진적 주제와 파격의 향연 '프론트라인'] 이토록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라니…
  • 전북일보
  • 승인 2018.05.0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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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장면구성·편집
형식·내용의 분리까지
관습 깬 파격적 결말도
진취·실험적 영화 가득

전주국제영화제 ‘프론트라인’은 급진적인 주제와 스타일, 영화의 한계를 시험하는 담대한 표현을 앞세운 섹션이다.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은 때론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관객의 ‘용기’를 요하는 섹션인 셈. 올해는 프론트라인이 성황을 이루는 등 유독 용기 있는 관객이 늘었다. 클래스를 통해 영화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봤다

▲ 영화 ‘시체들을 태우라’ 스틸컷.
▲ 영화 ‘시체들을 태우라’ 스틸컷.

△스타일이 곧 내용 ‘시체들을 태우라’=<시체들을 태우라>의 파격적인 장면 구성과 편집은 전형적인 범죄 이야기를 아방가르드 실험극으로 바꾼다.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곧 내용이다. 영화는 구체적인 대화보다 상징적인 이미지로 메타포를 나타낸다. 서사상 케이퍼 무비, 형식상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수정주의 서부극 등이 뒤섞여 감각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

헬렌 카테, 브루노 포르자니 감독은 2000년에 만나 다섯 편의 단편 영화를 함께 연출한 이후 장편 영화 <아메르>(2009), <네 몸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상한 색깔>(2013)을 공동 연출했다. <시체들을 태우라>는 세 번째 장편으로 동명의 컬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두 감독은 역할 분담 없이 전 과정을 함께 작업한다. 헬렌 감독은 정확성, 브루노 감독은 신속성을 추구해 작업 균형이 맞는 편이라고. 특히 이들은 100%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에서 촬영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배우에게도 테크니컬한 접근을 요구한다. 장면마다 정교하고 정확한 클로즈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단어’로 역할하고, 전체 영화를 보면 ‘문장’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단편 때부터 우리가 보여주려는 감각에 대해 계획된 대로, 오차 없이 찍는 작업 스타일을 고수해왔습니다.”

두 감독은 독특한 질감과 입자감을 지닌 필름 작업을 선호한다.

“몽환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데 있어 디지털은 완벽한 텍스처 때문에 오히려 가짜 느낌이 납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관에서는 필름이 적합하죠. 음악도 1970년대 올드 뮤직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캐릭터 설정에 대해 “곤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해석과 두 번째, 세 번째 해석이 점차 다른 차원으로 이뤄진다”며 “우리도 관객들이 주관성을 갖고 다층적인 해석하도록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밝혔다.

▲ 영화 ‘고전주의 시대’ 스틸컷.
▲ 영화 ‘고전주의 시대’ 스틸컷.

△대화의 영화 ‘고전주의 시대’=데드 펜트 감독의 <고전주의 시대>는 전통적인 영화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부분 영화가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나, 이 영화는 형식과 내용을 최대한 분리한다. 형식이 곧 목적이자 주제가 되는 것.

감독은 “관객에게 ‘내 영화를 이런 식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혹은 ‘이 부분은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가이드를 완전히 제거하고 싶었다”며 “관객이 영화에 대해 최대한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반응 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는 도구가 우리를 쓴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티스트도 어떤 미디어(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구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영화는 방대한 분량의 대화로 가득 차있다. 단, 쇼트는 단순한 형태로 배열한다. 그는 “1864년 미국에서 출간된 단테의 신곡 번역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각 캐릭터의 관심사로 가지를 뻗은 형태”라며 “지성인들이 인위적·가식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떠드는 장면을 앞으로 꺼냈다”고 설명했다.

또 <헤드 가이>(1930)라는 5분 분량의 짧은 비디오 클립을 통해 자신의 영화 철학이나 작업 방식의 원천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시기. 카메라를 고정한 채 배우가 쉴 새 없이 대사하는 <헤드 가이>는 사운드 처리에 관한 실험 결과물이었다. 데드 감독 역시 이 형식을 따랐다. 사운드야말로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카메라 변화 없이 배우들이 끊임없이 대사할 때 처음엔 관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듣지만, 길어지면 다른 생각을 했다가 다시 집중하길 반복한다”며 “이런 호흡과 리듬을 실험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 영화 ‘홀리데이’ 스틸컷.
▲ 영화 ‘홀리데이’ 스틸컷.

△ ‘홀리데이’, 폭력보다 무서운, 여성의 순응=<홀리데이>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사회 관습·남성·지위 등이 주는 억압·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거칠게 그렸다.

‘음울한 마약 조직’과 ‘아름다운 항구 도시’를 결합한 영화는 주인공 여성이 퇴물이 된 마약왕으로부터 도구·장식물 취급 받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폭력을 묘사하는 시선은 상세하면서도 객관적이고 건조하다.

이사벨라 에클로프 감독은 “인물의 심리가 아닌 관계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흔히 영화에서 나오듯 여성의 표정을 확대하거나 남성의 시선에서 보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고정된 시선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홀리데이>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도전적인 결말 때문이다. 여성의 피해, 이로 인한 갈등·투쟁 또는 사회변화가 아닌 ‘결국 길들여지는 것을 선택하는 여성’이 나온다.

<홀리데이>는 시나 음악에 가까운 영화다. 서사적인 구조가 아닌 강렬한 장면, 장면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따라서 장면 마다 온전히 집중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서로 다른 조각을 매끄럽게 이어붙이기 위해 편집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감독은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놓인 여성을 꾸준히 작품화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 주는 지루한 기대심이나 관습을 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현·문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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