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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출품한 전북 감독들] 지역 감독들이 보여준 '전주영화의 힘'
[전주영화제 출품한 전북 감독들] 지역 감독들이 보여준 '전주영화의 힘'
  • 전북일보
  • 승인 2018.05.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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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감독 : 전주영화제만 4번 초청 “지역 인프라 잘 조성돼야”
이상혁 감독 : 대학 4학년 영화제작 수강…1년 6개월만에 작품 걸어
정영 감독 : 전북단편제작스쿨로 입문…더 좋은 작품 제작이 목표

‘영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에 국제영화제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수식어가 아까울 것.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영화인들이 지역 영상문화 환경을 가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끝에 ‘전주 영화의 힘’을 증명한 지역 감독들을 만나봤다.

▲ ‘연희동’
▲ ‘연희동’

△ <연희동>의 최진영 감독

▲ ‘연희동’ 최진영  감독
▲ ‘연희동’ 최진영 감독

전주국제영화제에만 4번 초청된 전북에서 뼈 굵은 영화감독이다. 특히 이번 작품 <연희동>은 한국단편경쟁 섹션에 진출해 기분이 남다르다. “제주도 4·3사건을 주제로 한 전(前)작 <뼈>를 통해 소중한 스태프, 홍상표·김현목·박수연 배우 등을 만났어요. 이들과 기억에 남는 연말 파티를 하고 싶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만에 찍은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해 더욱 기쁩니다.”

<연희동>은 공간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기억하고 서로의 범주를 확장하는 내용이다. 영화 배경이 된 서울 연희동의 오래된 술집은 실제 감독의 단골집이었다. “최근 몇 년간 찾지 않았던 가게를 오랜만에 보게 되면서 장소에서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어요. 나이가 들면서 시간성보다 장소성이 삶에 와닿더라고요. 저 공간에 사는 사람은 누굴까, 어떤 사연을 갖고 있을까. 공간을 통해 사람을 말하고 싶었어요.”

레즈비언 커플, 전두환 자택 앞 1인 시위자, 취업 준비생 등. 영화는 술잔을 기울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빠르게 훑는다. 젠더, 정치, 종교, 청년 등 감독이 바라본 사회의 천태만상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그의 DNA가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전주에는 전주국제영화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영화인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최 감독. 그는 “지역에도 유망한 영화 인력들이 있지만 결국 토대를 찾아 타 지역으로 가능 경우가 많다”며 “영화제만 열린다고 ‘영화의 도시’가 아니다. 사람과 제작 지원·유통 환경, 소통·연계 구조 등 다양한 영화적 인프라가 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목욕탕 가는 길’
▲ ‘목욕탕 가는 길’

△ <목욕탕 가는 길>의 이상혁 감독

▲ ‘목욕탕 가는 길’ 이상혁 감독
▲ ‘목욕탕 가는 길’ 이상혁 감독

은행이나 통계청 취업을 꿈꾸던 전북대 통계학과 학생이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 때 영화제작 수업을 들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학생은 감독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부문에 첫 작품을 걸었다. 이상혁(27) 감독의 <목욕탕 가는 길>이다.

영화제작 수업에서 흥미를 느낀 이 감독은 2016년 11월부터 전주와 서울 등지에서 스태프(동시녹음), 연출, 제작 등으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전북독립영화협회 마스터와 함께하는 단편영화제작스쿨 8기로 들어가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목욕탕 가는 길>은 제17회 전북독립영화제 개막작, 제23회 인디포럼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사실 이 작품은 지난해부터 병치레가 잦아진 감독의 애완견 ‘헤롱이’의 죽음 이후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헤롱이가 가족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죽음을 소재로 헤롱이 대신 아버지를 투영했다. 이 감독은 “죽음으로 슬프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아픔을 극복하고 이겨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아이 캐릭터에 담았다”며 “아이가 슬퍼할 땐 슬퍼하고, 기뻐할 땐 기뻐하면서 꿋꿋이 견뎌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갑자기 왜”였다. 그래서일까 현재 작업하는 시나리오도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자전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감독의 모든 시선은 영화에 쏠려 있다.

“감독으로든 스태프로든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지금 쓰는 시나리오를 <목욕탕 가는 길>처럼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 ‘흰집’
▲ ‘흰집’

△<흰 집>의 정영 감독

▲ ‘흰 집’ 정영 감독
▲ ‘흰 집’ 정영 감독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돼 첫 레드카펫을 밟은 정영 감독.

정 감독은 2015년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에 입문했다.

세 번째 단편작이자 이번 초청작인 <흰 집>은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자신의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청년 세대의 이야기다.

파티시에를 꿈꾸며 상경한 딸 아현은 돈이 없어 휴학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아현은 영화 내내 방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에 집착한다. 자신의 구질구질한 현실을 하얗게 덮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욕망 또는 강박이다.

정영 감독은 “무성으로 시작한 영화는 본질이 이미지에 있다. 따라서 주인공의 마음 또는 주제를 이미지 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케이크의 하얀 생크림을 식탁에 문지르는 장면, 낡은 문에 흰 페인트를 덧칠하는 장면 등을 연속적으로 교차시킨 것이 그 예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어두운 현실은 잠긴 문을 여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열쇠공인 아버지가 정작 자신의 집 방문은 열지 못하고, 주인공은 아버지를 믿지 않고 결국 119를 부르는 대목은 믿음을 져버린 가족을 보여준다.

감독은  “염세적일지 몰라도 희망보다는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엔딩에서 빈 케이크상자를 다시 챙겨가는 주인공은 관객을 위한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 과정에서 지역 영화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는데 영화제에 초청돼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연출, 제작 등 역할에 관계 없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문민주·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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