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교육 강사로서 최근 모 여자중학교를 찾았다. “앞으로 결혼을 한다면 몇 명을 낳고 싶어요?”라고 질문하자 대부분 여학생들은 2명 내지는 3명이라고 답했고, 농담 반 진담 반 힘닿는 데까지 낳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마치면서 ‘과연 이들이 10년 후 결혼할 때가 됐을 때도 이 생각이 여전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 호남지방통계청이 작성한 우리 지역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 분기 대비 2% 상승한 12%를 기록했다. 언제나 그렇듯 통계수치보다 실상은 더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지역 청년들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 본인 하나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어쩌면 머나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들, 딸인 청년들의 행복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첫째, 교육으로 행복의 의미를 청년 스스로 재정립하자.
돈이 많이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청년 스스로 찾게 해주자. 초·중·고등학생에게 ‘행복한 나와 가족’에 대한 강의를 의무화하고, 대학생들에게 ‘행복한 연애와 결혼’ 강의를 필수교양으로 가르친다면 나만의 행복을 재정립하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복 틀 안에서 꿈도 꾸며,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둘째, 청년들이 남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게 하자. 남녀가 사랑한다면 결혼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에서 최근에는 ‘결혼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절반에 가까워졌다. 여성들의 결혼 후 육아와 가사, 경력단절 등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과다. 다행인 것은 요즘 청년들은 육아와 가사는 남녀가 함께하는 거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남자 고등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대통령의 남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최초로 영부인이 아닌 영남편이 탄생할 수 도 있겠다.
올해 인구의 날 슬로건은 “혼자하면 힘든 육아, 함께하면 든든 육아”다. 슬로건이라는 말이 위급할 때 집합신호(sluagh-ghairm)에서 나왔듯이 합계출산율 0. 이 될 수 있는 위급한 대한민국을 위해 외쳐본다. “함께 하자!”
셋째, 청년들의 행복을 위해 국가도 함께 해주자.
결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주택 문제,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종시의 전국출산율 1위(1.67명)에는 이유가 있다. 보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집값, 그리고 아이 키우기 좋은 문화교육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할당제, 청년과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확대, 안전한 보육환경 정책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어디서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끝으로 내가 겪은 행복을 인생의 후배들인 청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집에 오면 4살짜리 딸아이가 혀 짧은 목소리로 “아빠~ 다녀 오셨떠요”라고 반기며, 9살, 7살 두 아들을 양팔에 끼고 잠이 드는 기쁨을 말이다. 청년들이여 결혼과 육아에 도전해 보자. 육아! 쉽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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