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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인 나이를 세분화하자
100세 시대, 노인 나이를 세분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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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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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국립공원 속리산으로 유명한 충북 보은군에는 80세 이상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이 있다. 이름하여 ‘산수(傘壽) 어르신 쉼터 상수(上壽) 사랑방’. 80세를 뜻하는 산수와 100세를 뜻하는 상수에서 따왔다. 2011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위아래가 엄격한 시골마을에서 자식뻘 되는 ‘새까만’ 후배와 함께 경로당을 이용하기가 불편한 고령 노인을 위해 개설한 것이다. 이 경로당은 큰 호응을 얻어 2013년 탄부면에 2호, 2019년 1월 마로면에 3호를 개설했다. 3호의 경우 문을 열자마자 80∼93세의 노인 5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이제 경로당도 젊은 노인과 늙은 노인으로 구분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일반 경로당에도 70세 정도는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면 노인나이 기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올해 1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인나이 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에서 “(우리나라가) 사회적 인식보다 노인연령이 너무 낮게 설정된 상태”라면서 “노인연령 기준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행 65세를 올려 달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러한 요구는 몇 년 전에도 있었다. 2015년 대한노인회가 노인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옆구리를 찔러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이후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노인연령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130년 전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1889년 세계 최초로 연금보험을 도입하면서 지급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았다. 유엔도 1950년 고령지표를 내면서 비스마르크 연금을 참고해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금과 당시의 수명을 비교하면 맞지 않는 옷이다. 1889년 당시 독일인 평균수명은 49세, 1981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66.1세였다. 올해 기대수명은 82.6세다. 지난해 서울시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5세였다.

다른 나라의 기준을 어떨까. 노인대국 일본은 노인을 전기고령자(65∼74세)와 후기고령자(75세 이상)로 나눈다. 75세가 기준인 것은 1987년부터 20여 년간 조사한 결과 약 80%가 70대 후반부터 서서히 쇠약해지기 시작해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의료 등 복지 정책이 다르게 적용된다. 미국 또한 노인을 구분한다. 젊은 노인(young old 65∼74세), 중간노인(middle old 75∼84), 늙은 노인(very old 또는 old old 85세 이상)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고령화가 급격히 이루어지자 유엔은 2015년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미성년자(0∼17세), 청년(18∼65세), 중년(66∼79세), 노년(80∼99세), 장수노인(100세 이상)으로 구분한 것이다.

문제는 노인 연령 기준이 복지혜택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정부 복지포털 ‘복지로’에 따르면 노인 연령과 관련된 복지서비스는 199종에 이른다.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독감백신 무료접종, 지하철 무료 이용 등 대부분이 65세가 기준이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1위인데 노인연령을 올려 혜택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100세 시대의 급행열차를 타고 있는데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보은의 경로당처럼 노인 나이를 세분화하고, 복지서비스 종류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싶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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