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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에 대한 경계와 왜곡
낯선 것에 대한 경계와 왜곡
  • 김은정
  • 승인 2020.08.06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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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10여 년 전, 스위스의 바젤을 들른 적이 있다. 바젤은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시가지 그 어디를 가나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과 20개 가까운 박물관, 고딕양식의 대성당 등 역사 깊은 공간들 덕분이다. 그런데 바젤을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시가지를 답사하던 날, 자전거를 탄 청년들을 만났다. 자전거에 삼각형 깃발을 꽂고 줄지어 달리던 청년들은 바젤을 안내 해주던 지인의 친구들이었다. 덕분에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바젤의 시의원들이었다. 20대 청년들이 여러 명 의회에 입성한 것도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나고 토론하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열정이 놀라웠다. 바젤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던 자전거 탄 젊은 시의원 일행이 먼저 생각난다. 그만큼 그들의 모습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지난해 말, 서른네 살 세계 최연소 나이로 총리가 되어 화제가 됐던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이런 저런 사적 이야기가 함께 쏟아지지만 주목을 모으는 것은 따로 있다. 코로나 사태를 훌륭하게 해결해낸 마린 총리에 대한 평가다. 핀란드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 중 코로나 피해가 가장 적다. 선별진료,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공급 등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 잘 대처한 덕분이다. 그런데 쏟아져 나온 기사 대부분이 코로나를 잘 해결해냈다는 평가를 전하면서 ‘최연소 총리임에도~’를 전제한다. 의외(?)의 성과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쓸데없는 우려는 이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끼어든다.

요 며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복장이 화제다. 밝은 색 발랄한 원피스를 입은 국회의원은 지금까지의 국회 풍경으로 보자면 낯설긴 하다. 그러나 이즈음의 논란은 ‘낯설어서 화제가 되는’ 수준을 넘어선다. 돌아보면 2003년에도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티셔츠에 흰색 면바지(통칭 빽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가 워낙 거세 그는 끝내 의원 선서도 하지 못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원피스 입은 류의원 사진 기사에 붙은 혐오 댓글들은 청년과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를 가리지 않는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경계와 왜곡이 더 깊어졌다는 증거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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