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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기념일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오랜 세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혁명 발생 110년만인 2004년 2월9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차원의 신원(伸寃)이 이뤄졌다. 특별법을 계기로 혁명 참여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국가기념일 제정에 관한 것이다. 혁명일을 기리고 고혼들의 넋을 달래면서 혁명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논란의 핵심은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일을 기준점으로 둘 것이냐, 전승일로 둘 것이냐 아니면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을 공포한 날로 할 것이냐의 문제다.

 

시작점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혁명 창의문 발표와 전국 농민들이 들고 일어선 고창 무장기포일(음력 3월20일), 전승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농민군이 처음 승리한 정읍 황토현 전승일(4월7일)과 전주 화약을 이끌어 낸 전주성 점령일(4월27일)이 유력한 대상이다. 작년 한해동안 여러 후보 안(案)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거쳤지만 허사였다. 고창·정읍 등 지역간 대립이 첨예하고 이해관련 단체나 유족회, 학계의 입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고 조정의 무능과 부패, 누적된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 했던 민족운동이자 농민운동의 효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옥신각신 할 일도 아니다. 기념일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영령들에게 무슨 낯을 들 수 있을까. 참으로 딱하다.

 

그런데 얼마전 전국유족회가 특별법 공포일(3월5일)을 기념일로 정부에 제안했다. 대의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의 64.4%가 이 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기념일을 어떻게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지만 차선책으로 그렇게 한 것이겠다. 정부는 기념일 결정에는 간여하지 않지만 합의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계나 관련 단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대승적 차원의 화합과 열린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내 주장만 고집할 텐가. 118년 전 척박한 풍토에서 자주와 민권의 뜻을 곧추세웠던 선조들의 심정으로 돌아간다면 고민꺼리 축에도 끼이지 못한다. 내년엔 전국적인 축제의 마당이 펼쳐질 수 있도록 기념일 결정이 해를 넘기기 전에 매듭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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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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