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2년만에 45만주 중 12만2500주 말라죽어 하천 주변에 해당화 등 부적합한 야생화 심어
26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2가에 위치한 전주천생태학습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온통 잿빛으로 물든 고사식물 위로 빗줄기까지 뿌리면서 삭막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초 문을 연 이곳은 당시만해도 관목류, 초화류, 수변식물 등 45만주가 심어졌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은 그리 많지않아 보였다. 전주천옆에 조성된 인공습지에는 죽은 식물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무심한 오리들만 개장 2년만에 초토화된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전주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전주천생태학습장이 관리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월 전주천의 금학보와 추천대교 사이 둔치 2만1000㎡를 대상으로 인공생태습지와 수변공원 등 전주천생태학습장 조성에 착수, 같은 해 12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전주천생태학습장에는 국비 등 17억5000만원이 투입됐으며, 초화류 약 44만본을 비롯해 관목류 1만1000여주, 수변식물 1만여주 등이 식재됐다.
하지만 이곳은 조성당시부터 주차장부족 등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부적합한 위치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던데다, 생태학습장내에 심어진 해당화·영산홍 등 일부 식물들은 하천생태계와 어울리지 않은 탓에 착근도 못한 채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 심어진 덜꿩나무는 하천보다는 산간지역에서 자생하고, 해당화도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해마다 장마 때면 전주천이 범람하면서 이곳에 인위적으로 식재된 초화류와 관목류 등이 급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가 지난달 19일 실시한 하자감사에 나선 결과 12만2500여주가 고사한 것으로 공식확인됐고, 고사식물수는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전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주천생태학습장 관리부실을 지적한 전주시의회 구성은 의원(서신동)은 "큰 비가 오면 대부분의 식재식물들이 휩쓸려 내려갈 수 있는 하천변에 대규모 야생화단지를 조성했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면서 "전주천생태학습장을 현재처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구 의원은 "자연생태를 거스르는 생태학습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전주천에 어울리는 식생, 잔디광장옆 그늘목식재, 징검다리 교체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주시 관계자는 "고사식물들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협의해 하자여부를 따질 것"이라면서 "조만간 전면재조사는 물론 생태하천협의회를 열고 전주천생태학습장에 적합한 식물을 재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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