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이 내년이면 120주년(2주갑)을 맞는다. 동학농민혁명은 오랜 세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혁명 발생 110년만인 2004년 2월9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차원의 신원(伸寃)이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혁명 참여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화, 세계화로 가기 위한 과제도 많다. 우선 국가기념일 제정이다. 아직까지 기념일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념일 대상은 △특별법공포일(3월5일) △무장기포일(4월25일, 음력 3월20일) △황토현전승일(5월11일, 음력 4월7일) △전주점령일(5월31일, 음력 4월27일) 등이다.
지난 10여년 간 기념일을 놓고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지역간 이해가 상충되고 관련 단체간 조율이 안되기 때문이다. 고창과 정읍, 유족회와 학계, 관련 단체 등이 자기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합일점을 찾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반외세의 기치를 내걸고 조정의 무능과 부패, 누적된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 했던 민족운동이다. 이런 큰 의미를 갖는 혁명의 참 뜻을 생각한다면 자기 주장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가기념일도 제정하지 못한 대서야 영령들에게 무슨 낯을 들 수 있을까. 참으로 딱하다. 국가 차원의 기념일을 제정, 2주갑을 맞는 내년에는 의미 있는 기념일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또 하나는 선양사업을 펼치는 일이다.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전시관과 교육관이 들어서 있지만 선양사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숙박 및 연수시설이 없어 스쳐 지나가는 기념관에 그친다. 국민 교육강화의 장으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하고 부족한 인력과 정부 예산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개발도 숙제다.
이 두가지가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국가 기념일화 하지 않으면 지방 차원의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고 선양사업들도 국가 단위보다는 지방 차원의 축제나 행사성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내년에는 국가 차원의 기념일이 꼭 제정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위상도 높아지고 선양사업도 활발히 추진될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현안들을 잘 추스려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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