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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것]'그래도 길은있다...' 좌담회

 

얼었던 땅이 녹기도 전에 농부들은 1년 농사를 시작한다.

올해는 태풍이나 비 같은 천재지변이 없기를, 제 능력대로 농사를 마칠 수 있기를, 농산물 가격이 제대로 매겨지기를, 제발 올해는 빚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농부들은 빌어본다.

 

전북일보는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것'기획물을 마련하고 지난 1월1일 첫회 게재를 시작으로 지난 19일까지 7차례 매주 목요일 9면에 독자를 찾아갔다. △여성농민, 보조 역할서 주체적 생산자로 △농촌지역 보육시설 태부족 비용마저 부담 △농촌 교육환경 열악 이농 부추겨 △밤낮 없이 일해도 빚더미 신세 못면해 △건강 '빨간불'△붕괴되는 농촌,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져 △농촌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성 등이 그 제목들. 이 기획물의 마지막을 여성농민과 농정 정책입안자, 행정가, 연구가 등과 '그래도 길은 있다. 희망을 일구자.'를 주제로 얘기를 나눈 좌담회로 마감한다.

 

일시= 2월23일 오후 3시

 

장소= 전북여성발전연구원 회의실

 

참석자= 김성숙 전 전북여성농민회 부회장, 김영근 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박재규 전북여성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상규 전북도 농업정책과장, 황미숙 임실여성농민교육·문화센터 소장(현 전북여성농민회 부회장)

 

사회·기록= 허명숙 전북일보 특집여성부장

 

-사회자= 2개월 가량 여성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농민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늘어나는 부채에 휘청거리고, 질병은 질병대로 앓지요, 더구나 요즘같이 가축질병이 잇따라 발생해도 속수무책인데다 결과도 농민이 떠안아야 하지요. 떠나는 농촌에 모자라는 일손, 뭘 심을까 작목 선택 고민에서 부터 유통 판매까지 책임져야 하는 농촌의 실상에 농촌에 미래가 있나 싶을 정도 입니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암울한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김성숙= 정말 힘듭니다. 이자만 안 갚아도 먹고 살만 하겠어요. 정부에서 발표한 농업정책에 실효성이 없어서 희망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황미숙= 농촌에서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회복지라는 말이 멀게 느껴질 정도예요. 연초만 되면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아무리 따져봐도 답이 나오질 않아요. 이 같은 산업구조가 그대로 간다면 농업은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비가 도시보다 두배로 들지요. 제 아이만 해도 임실에서 중학교를 다니지만 2년 후면 고등학교를 전주로 보내야 하는데... 소득이 적은데다 이중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게 농촌 현실입니다.

 

△박재규= 여성농민들은 성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편입니다. 농촌 지역사회를 총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양육 교육 노인부양 등을 복지라는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농촌지역사회 해체라는 면에서 우려가 큽니다. 고향(임실군 강진면)을 가봐도 30대 40대는 한두명 정도예요. 10년 20년 지나면 살아왔던 기반이 해체되고, 결국 食의 토대가 없어지는 결과를 빚게 될 것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농촌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운용해야 합니다. 도시 근로자들의 정년이 빨라지니까 이들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김성숙= 값싼 외국 농산물이 들어오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안전성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측면은 있으나 일정 소득 이상이어야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있지요. 저농약을 써서 생산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기술이 더 개발돼야 하고 생산농가에 보상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영근= 여성농민은 비정규직 농업노동자예요. 노동집약적인 농사형태에서 자본집약적 형태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남자들은 기계로 하는 일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허리 아프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 뿐인가요? 가사노동도 여성 몫이지요.

 

△김성숙= 임금도 못 받으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도 아니죠. (웃음)

 

-사회자= 농촌이 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영근= 농민도 투자한만큼 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농업예산의 70%를 소득보전에 쓰고 있어요. 우리는 농민이 농사지을 권한만 있지, 팔 권리나 가격 결정 권한도 없습니다. 고추 한근의 가격조차 생산자의 몫이 아니지요. 농업의 희생을 담보로 산업사회가 이뤄진 것입니다.

 

△이상규= 도시는 집적 이익이 많지요. 소득이 적어도 시설이나 문화적인 공간을 즐길 수 있어서 도시여성들의 삶의 질이 높은 것이지요. 올해 정부가 농촌에 1백19조를 10년동안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북도도 2백35개 사업에 6조1천9백64억원을 투자하는 농촌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정 보완하고 있습니다. 농업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대신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틀을 잡았습니다.

 

△김성숙=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 중에 농촌을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삼는 내용이 많습니다. 농외소득을 67%으로 잡고 농업생산은 30여%로 잡고 있지요. 이는 결국 농촌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식량 확보를 위한 농지 보전이 아니라 농지 축소를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니지요. 농촌다움을 유지한다는 미명 아래 농촌을 죽이는 것입니다. 정부가 밝힌 1백19조 역시 지방비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농업예산 10% 확보에도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10년 경제성장에 비추어 세수 느는 것까지 감안하면 큰 액수가 아닙니다. 직불형태로 소득을 보전해주고, 미래 통일 때까지 식량을 어느 선까지 확보한다는 등의 틀을 갖춰서 정책을 펴야 믿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김영근= 농업의 큰 가지를 들여다보면 70년대 저농산물 가격제도니 이중 곡가제도가 농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농촌에서 빠져나오는 인구를 산업예비군으로 충당한 것이지요. 농촌 공동화 현상을 농민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산업화를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 것입니다. 우리는 농민은 있는데 장단기 농업정책이 없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 4천5백만 식량 생산 공장인 농촌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요. 도로 내는 것만 19조 정도 들이면서. 정부에서 나락 전체를 수매해도 7조에서 10조면 끝납니다. 80년대 복합영농, 90년대 규모화 기업영농 등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농업정책이 바뀌고 있어요.

 

농업의 본질을 기반을 지킬 수있는 것은 정붑니다. 지방정부가 지키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농촌은 농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켜야 합니다. 1차산업인 생명산업인 것이지요. 배 고프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은 안 됩니다.

 

-사회자= 농업정책과 더불어서 여성농민들의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지요.

 

△황미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농업인을 육성하는데 투자해야 합니다. 98년부터 여농에서 농가도우미 제도를 제안했는데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초기에 농가도우미제를 모르는 여성농민들이 대부분이어서 여성농민회가 신청도 대신해 주고 그랬지만요. 여성농민 관련 예산이 전북도 자체적으로 적어요.

 

이제 여성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종합적인 복지시스템을 위한 여성농업인센터가 농촌지역마다 있어야 합니다.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한 행정체계가 없고 농업정책에 일관성도 없지요. 한 예로 2003년까지 있었던 후계 농업인 육성사업이 올해 없어지고 신규 창업 농업사업이 생겼는데 35세가 상한선으로 돼 있더라구요. 농촌에 30대가 거의 없는데 신청할 사람이 없어서 결국 농업예산이 깎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농촌에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물건 하나 사려고 10분간 차를 타고 가야 되고 그나마 눈이 오면 3일이나 4일간 못 나가요. 버스가 하루 네번밖에 동네에 안들어오는데 그나마 첫 버스는 오전 7시 밖에 없어서 중학생 아들 학교 보내려고 새벽에 일어나니, 고추를 따는 등의 새벽일을 전혀 못해요. 초등학교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데요.

 

△김영근= 농민이 생산자 역할만 해야 합니다. 지금같이 생산에서 판매까지 농민이 다 맡아서 하는 것은 안 됩니다. 농협과 지자체가 유통망을 책임져서 소득이 보장되면 여성농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겠지요.

 

△황미숙= 무엇보다 시장 군수의 친환경농업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공무원이 앞장서면 빠르지요. 경기도 안성 한우와 양평군의 친환경농업 실천 과정을 본받아야 합니다. 지역 행정에서 주민까지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농촌에서 여성농민들이 생산의 주체로, 지역의 주체로 되기 위해서는 여성농민 스스로도 의식전환이 병행돼야 합니다.

 

△박재규= 남성농업인을 대상으로도 양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도와 시군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지요. 모든 문제를 남녀가 함께 풀어간다는 의식이 중요합니다. 농업이 남성만으로는 안되쟎습니까? 여성농민들 또한 도시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도시와 연계해서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농촌체험 의무화도 시도해볼만 합니다.

 

△김성숙= 농업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통계구축이 필요합니다. 지역농업 성패는 시장 군수의 농민들이 얼마나 믿고 따르느냐가 관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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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숙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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