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옷을 입으세요.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고 웃옷의 단추를 푸세요. 고요한 장소를 선택하고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해보세요. 눈을 감고, 코로 깊게 호흡합니다. 주변의 소음과 잡다한 생각들에 신경이 쓰이시는군요. 그것은 떠도는 한 조각 구름입니다. 관찰은 하되, 빠져들지 마세요. 공기가 당신의 몸으로 들어와 여행을 한 후 몸밖으로 나갑니다. 이제 좋은 기운이 당신 몸 안에 머물게 됩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하면 더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른 아침이나 취침 전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떠세요? 명상을 통해 삶이 달라집니다.
울창한 숲에 내리는 빗소리와 계곡을 맴도는 물소리, 연못가의 개구리 울음소리, 이른 아침 산새소리…. 자연의 소리를 음미하는 것도 명상의 시작입니다.
● 생활로 파고드는 명상과 수행
명상은 마음을 비우고 가라앉혀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사색. 수행은 유형무형의 것들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명상과 수행 모두 호흡에 집중하면서 다른 의식의 발생을 관조적으로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氣) 수련자들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 안을 비춰봄으로써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사는 삶을 통해 더 큰 행복과 평화가 찾아온다고 한다. 욕심과 집착으로부터의 해방. 전체를 소유하는 무소유(無所有)다. 이를 위해 명상과 기체조·단전호흡·뇌호흡 등 다양한 수련 방법이 동원된다. 기초 단계를 넘어 운용 단계로 가면 감정의 자기통제가 가능해져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기(氣) 수련전문가들의 의견.
'잘먹고 잘살자'는 웰빙 열풍은 고도로 수련된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명상과 수행을 공동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이루마·엔니오 모리코네·류이치 사카모토 등 뉴에이지 음악인들과 정경화·장한나·백혜선 등 클래식 연주자들의 음반, '마음 밭에 무얼 심지?'(해토 펴냄)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물병자리 펴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양문 펴냄) 등 출판물이 '명상'이란 이름을 덧붙여 판매되고, TV·케이블위성 프로그램이 명상을 소재로 다룬 것도 꽤 오래 전이다.
(원드·국선도·연정원·수선재·요가원 등 다양한 종류의 기수련 단체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1987년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해리 팔머가 개발한 '아봐타'(avatar·'깨달은 자'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마음수련과 일본인 농부 야마기시가 만들어낸 '야마기시즘' 등 낯선 수행법도 등장했다. 오쇼라즈니쉬와 틱 낫한 스님, 숭산스님 등에 의해 선수행이 가까운 단어로 인식되며, 삼매(三昧) 상태에 머물러 사물 그 자체를 바라보는 위빠사나 수행법(석가모니가 사용했다던 수행법), '깨달은 자의 언어' 혹은 '깨달음의 언어'라고 불리는 화두선 수행법, 드라마 '왕건'에서 궁예가 읊조렸던 '옴 마니 반메 훔'으로 대표되는 만트라 수행법(우주의 궁극적 파장과 하나가 된다) 등 불교 수행법도 명상의 한 종류로 관심을 얻고 있다.
물질적 풍요지만 한 구석은 늘 허전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명상이 큰 몫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인도의 명상 수행법인 초월명상법이 비틀즈 멤버들에 의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미국의 명상 대중화는 더 빠르다. 수행인구가 1천만명에 이르고, 학교·기업·병원·교도소·국제공항 등에 명상실이 마련될 정도. 배우 리차드 기어·골디 혼·헤더 그레이엄과 전 부통령 앨 고어, 프로골퍼 비제이 싱 등은 유명한 명상 예찬론자들이고, 프로농구 LA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도 명상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미국육군사관학교는 명상을 수업과목으로 채택했다. 아이오와주 패어필드의 마하리시 초등학교에서는 하루에 두 번 명상 시간이 마련돼 있다.
심리학계에서도 명상의 효과에 강조점을 찍은 것은 이미 오래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의식의 중심인 자아(Ego)가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을 합해 전체정신의 중심인 자기의 실현이 인간의 핵심적 과제”라고 했고,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도 "전적으로 지금 여기에 몰두하는 정신집중”의 중요성을 강조, "호흡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내 힘의 중심으로서 내 세계의 창조자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정신집중 훈련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명상이 두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이미 MIT는 달라이 라마와의 공동 연구에 착수했고 단월드가 설립한 한국뇌과학 연구원도 UC어바인 대학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뇌의 초감각 인지능력을 실험하는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일상생활과 함께 명상 실천하는 사람들
눈을 감으면 세상이 쉬워진다. 쥐꼬리 만한 월급 봉투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 앞에서도 나는 움츠러들지 않고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단월드 효자센터에서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넉넉한 웃음과 자신감이다.
"사람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어떻게 감정 변화가 없겠어요. 명상을 통해 스스로를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죠. 몸과 생각이나 감정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게 되면 세상의 많은 것을 얻게됩니다.”
명상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생각이나 태도, 습관들을 깨우는 일이다. 몸과 마음을 유연화시키고 깨끗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단월드 전북 대표 박진석씨(42)는 명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삶의 목표가 분명해지고,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웰빙 열풍으로 명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명상과 단학에 대한 오해는 있다. 가부좌를 틀고있는 흰 도복의 도사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고, 신비로운 것으로 생각해 간혹 '수련을 오래 하다보면 공중에 뜨게 되는지'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가장 큰 오해는 명상을 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하루 한시간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은 동적인 명상으로 시작해 정적인 명상으로 끝이 납니다. ”
단전호흡과 뇌호흡은 대표적인 정적 명상이고, 몸 속 깊은 곳에서 큰 소리로 내지르는 웃음 명상은 동적 명상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비트 빠른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동적 명상은 의식의 중단 상태에 이르게 해 머리 속의 잡념을 없애준다.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맑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직장 동료의 소개로 6년째 수련을 하고있는 최규택씨(53·직장인)의 뒷모습은 아직도 20대 청년이다. 50대에도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물론, 몸의 군살이 빠지면서 체중유지까지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최씨처럼 명상과 단학을 통해 심신의 변화를 느낀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단월드를 찾게된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던 유정자씨(52·직장인)는 명상 덕을 톡톡히 봤다.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니 저절로 생활이 즐거워졌다. 허리가 아파 수련을 시작한 김장곤씨(43·직장인)는 제법 경지에 오른 명상 9년차. 'feel, relax'를 외치는 최영호씨(51·사업)는 명상을 하면서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움직임과 정신적인 것이 고루 섞여있어 아이들도 지루해 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아요. 산만한 아이들은 차분해지고 몸도 유연해지니까 자라는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 최전희씨(39·주부)는 집에 온 광고 전단지를 보고 단월드를 찾았다. 게으른 탓에(?) 한동안 명상을 쉬기도 했었지만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명상에 빠지면 마음이 편해져 다시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 현화도 뇌호흡을 했었고, 일곱살 현호도 명상에 참여한지 6개월이지만 곧잘 따라한다.
한두달 정도 수련을 하다보면 몸이 피곤해지거나 몸살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명상을 하다 잠이 드는 회원도 있다. 그러나 명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삶을 성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명상이 됩니다. 옛 선비들은 수신(修身)자세를 통해 생활 속에서 명상을 해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기도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명상의 한 종류죠.”
명상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다. 마음을 단순하고 깨끗하게 하면 사소한 감정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삶을 관조하고 내가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
전북의 단월드 센터는 모두 10곳, 회원들은 약 2천여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으로 새로운 삶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안으로 안으로 채워지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이 주는 느림과 멈춤의 의미는 특별하다.
●단월드 박진석 전북 대표가 전하는 생활 속의 명상
생활 속에서 명상을 하기란 쉽지 않다.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 진정한 명상은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생활명상, 일상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소개한다.
첫째, 오장육부가 있는 아랫배를 단련시키는 단전 수련. 배를 내밀었다 들이밀었다 하는 과정을 배가 아플 정도로 1백개 정도 반복한다. 사람의 감정에 따라 병을 얻게되는 장기들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튼튼해진다.
둘째, 웃음 수련. 거울을 보며 큰 소리로 웃자. 어색하더라ㅜ도 일부러 웃다보면 어느 단계에 이르러 저절로 큰 웃음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은 발산이 더 쉽다. 조용히 미소 짓는 것은 '릴리즈 기법'이라 하여 오히려 더 수준 높은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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