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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③

③TBC동양방송 탤런트 공채

한국방송연기자협회 김성환 이사장이 지난 5월 국제경호연맹과 자매결연 협약식을 갖고 있다. (desk@jjan.kr)

1969년 말이었다. TBC 동양방송에서 탤런트를 공채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1차 면접시험, 2차 실기시험, 3차 필기시험, 4차 최종 면접시험 등 까다로운 전형이 말해주듯이, 도대체 연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입 재수생 '에게는 벅찬 시험이었다. 게다가 불과 12명 뽑는 시험에 무려 1,800여명의 탤런트 지망생이 몰렸으니, 나는 물론이고 같이 간 친구도 기가 '팍' 죽어버렸다. 연기와 관련된 대학은 커녕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극단에서 심부름 조차도 해본 적 없는 '재수생'이 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당시는 멋진 캉캉 양복이 유행하던 시절인데, 나는 미군들이 입는 '스모르 작업복'에 검정 물을 들인 새까만 작업복을 걸치고 하얀색 BB운동화를 신었다. 대부분 응시자들이 세련되게 차려입은 것에 비해 나는 너무 꺼칠했다.

 

초반부터 기가 죽은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친김에 탤런트 구경이나 하고 가자며 자신을 추스렀다. 1차 심사는 외모만 보고 걸러내는 형식이었다. 응시생 1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심사위원들 앞에 선 다음 '차려, 경례'하고 예를 갖춘 후 잠시 서 있으면, 심사위원들이 자기 앞을 통과하는 응시생들을 살펴본 다음 '가·부'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1차 시험이라고 하지만 외면만 보고 어떻게 응시생의 연기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러는 사이 내 차례가 됐다. 나는 다른 응시생들과 줄을 맞춰 선 다음 '차려, 경례'를 했다. 그리고 밖으로 퇴장하다 말고 갑자기 뒤돌아섰다. 지금 그 당시를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알 수 없는 돌발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심사위원들을 향해 "저, 잠깐 실례하겠습니다"한 다음 "실은 전라도에서 올라왔는디요, 동네에서 '너는 참 아까운 놈이다' '너는 서울가서 뭐라도 히야 헐 놈인디 참으로 아까운 놈이다'하고 어른들이 누차 말씀해서 서울 올라왔는디, 탤런튼가 댈런튼가 뭔지 모르지만 시켜만 주면 겁나게 잘 할 것 같응게 한번 시켜주실래요"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심사위원분들이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그래도 나는 "아, 진짜라고요. 내가 왜 거짓말 히것어요"하고 자신감을 보였다. 누군가가 어디서 올라왔냐고 묻길래 "전라도 군산이라고 아신가요. 군산서는 내가 남진이보다 더 잘생기고(사실 젊었을때 나는 얼굴이 통통하니 지금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남진이보다 노래를 더 잘해가지고(노래도 잘 못불렀다) 동네에서 난리가 났다"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이분들이 박수치고 웃으며 노래를 한 번 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아는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노래보다 창을 잘한다고 둘러댔다. 물론 창 또한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심사위원들이 "그러면 창을 해보라"고 재촉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단짝 임형택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틈만 있으면 '손박자'에 맞춰 부르던 '만고강산 유람헐 제···'하는 노래를 배운 적이 있었다. '만고강산 유람헐 제, 짚까대기를 걸치고, 알맹이 없는 앵경을, 콧잔등이에다가 덜커덕 걸치고···'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이건 무슨 대중가요도, 판소리의 한 대목도 아닌, 친구가 그저 흥얼거리며 부르던 노래였다. 어쩌면 고교시절 '손박자'와 '만고강산' 노래를 가르쳐준 그 친구 때문에 내가 탤런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 '만고강산' 노래를 손박자에 맞춰 불렀더니 면접장 안이 난리가 났다. 옆에있던 응시생들은 물론 심사위원들까지 아주 포복절도를 하며 웃어댔다. 2차 실기시험에 갈 자격을 얻는 순간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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