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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⑤

⑤ '팔도 사투리 사나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효도 큰잔치가 열렸다. (desk@jjan.kr)

1970부터 입대 전까지 3년동안, 나는 최다 출연자상도 받을 만큼 열심히 뛰었다. 교육과 실전을 겸했던 그 당시 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고쳐지지 않아 애도 많이 먹었고, 큰 역할보다는 단역 출연이 많았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손박자에 만고강산'을 무기로 탤런트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대학 쪽으로 난 길을 중간에서 벗어나 탤런트가 된, 제대로 된 연기수업 한 번 받아본 일이 없는 '연기 무학자' 아닌가. 그 공간을 메워야 했다. 그래서 남보다 열심히 갈고 닦았다. 언제 어떤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즉각 연기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탤런트가 되는 정식 코스는 대학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 연기수업을 하고, 준비 과정을 거친 다음 탤런트 공채시험을 보는 것이다. 물론 극단에서 연기력을 쌓은 배우들의 경우 TV 진출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방송국 입사 초기 3년은 내가 좋은 연기자·방송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었다.

 

그 새내기 시절 첫 1년동안은 교육받으면서 이따금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실기를 익히는 과정이었다. 요즘에는 단지 잘생겼다, 개성있게 생겨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겠다 싶으면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잘생겨도 주인공으로 발탁하지 않았다. 대사 외우는 것도 외우는 것이지만, 카메라와의 약속을 알아야 하고 연기력을 갖춰야 했다. 교육 과정에서 우리는 연기자와 카메라1, 2, 3과의 약속을 익히는 등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쓸 때가 있고, 강원도 사투리, 이북 사투리를 쓸 때가 있다. 표준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사투리도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학교에서, 연극영화과에서 배워야 할 것을 방송국에 들어가 교육받고 실습하고 한 것이다. 지금은 전문학교가 많지만, 당시는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굳이 학교라고 한다면 연극 극단이었다. 연기수업을 받은 사람들이 시험보거나 특채로 방송국에 진출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방송국에 들어갔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초년 시절, 나는 죽어 너부러져 있는 시체 역부터 시작해서 포졸 abc 중 a, 국군 123 중 3, 인민군 abc중 b 등 단역을 많이했다. 게다가 큰 행운도 얻었다. 70년도 안방극장 최고 인기 드라마는 '아씨'였는데, 연기 교육을 받으면서 극중 아씨 집안의 머슴역으로 매일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다.

 

또 71년에는 당대 인기스타 안인숙 씨를 비롯, 이순재, 김세윤, 지윤성씨 등이 출연한 드라마 '홍도야 울지마라'에서 부잣집 딸(안인숙 역)을 좋아하는 머슴 역으로 출연했다.

 

이 처럼 선배들과 연기하고, 그들의 연기를 보고 들으면서 나만의 연기스타일을 잡아갔다. 나는 '팔도 사투리 사나이'라고 불리울 만큼 팔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해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그 사투리는 군대에서 대부분 배웠다. 군대에는 '팔도'에서 온 사람들의 집합소였고, 그들은 내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군대가기 전까지 내 생활은 무척 힘들었다. 외부에서 볼 때 탤런트가 화려해 보였지만, 월급이 변변찮았고, 소위 장남이라는 놈이 농사짓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재수생 시절에는 운동화에 단벌 작업복을 입고 다녀도 누가 상관치 않았지만, 탤런트가 된 마당에는 내 자신이 상관치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탤런트라는 위치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나는 두 누님들을 많이 괴롭혔다. 누님들은 모두 출가했었는데, 염치 불구하고 경제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집가서 시집 식구들하고 사는 분들인데, 지금도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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