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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투명인간

이달 초 종영된 KBS 2TV 수목극 '투명인간 최장수'는 사람이 살아가는 원초적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 드라마는 불치병과 가족애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극이 전개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간의 숭고한 정신세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던 것은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태에 최장수라는 인물을 통해 사람냄새 나는 삶이 무엇인가 극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왜 최장수에게 투명인간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는지는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투명해선지, 자신을 모두 벗어던지는 희생정신 때문인지, 어쨌든 지고지순하기까지 한 최장수에게 투명인간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은 약간 의외다. 사실 투명인간이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할로우 맨' '투명인간의 사랑'과 같은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은 대개 약을 잘못 먹거나 우연한 사고로 투명인간이 돼 정의의 사자가 되거나 못된 일을 저지르는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투명인간이 맞는 최후는 거의 비극적이다. 해피 엔딩 으로 대미를 장식할 만도 한데 슬프거나 음울하게 최후가 묘사되는 것이다. 평범한 것보다 비범한 것이 더 좋아 보이지만 결국 비범한 것보다 평범한 것이 더 낫다는 뜻일 게다.

 

누구나 한번쯤 나도 투명인간이 돼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나를 아무도 못볼테니 감정있는 사람 찾아가 복수도 하고, 은행에 들어가 돈도 털어 오고 얼마나 재미나겠는가. 또 남의 비밀이란 비밀은 모두 캐볼 수 있고, 남 모르게 나 하고싶은 일 다 해볼 수 있는데 얼마나 깨소금 맛이겠는가 말이다. 한데 묘한 일이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으니 좋은 일 하는데 써먹어야 할텐데 꼭 못된 짓 할 것부터 생각이 나니 참으로 얄궂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투명인간인줄 알고 아무 거리낌 없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 있다. 남들은 뻔히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는데 본인만 정작 아무 것도 모르고 날뛰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투명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빨리 꿈에서 깨어나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환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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