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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혼수 스트레스

5년 연애 끝에 승주와 정일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정일의 어머니는 가난한 한복집 딸인 승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졸부’인 그녀는 초장부터 혼수품목을 꺼내 들며 "이 정도는 해와야 한다" 고 요구한다. 외제시계· 외제가구· 외제 밍크코트· 핸드백 등 모두 고가의 명품들이다. 승주가 해오는 혼수 하나하나가 성에 차지 않는 그녀는 결국 승주네 집까지 찾아가 깽판을 놓고 융자까지 받아서라도 ‘격’을 맞추라고 면박을 준다.

 

승주 어머니는 승주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몰래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혼수를 맞춰주려 하지만 이마저 가족들에게 들키고 만다. 결국 정일의 어머니에 넌더리가 난 승주는 정일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정일은 이별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언젠가 추석 특집극으로 방영된 드라마 ‘혼수’(婚需)의 줄거리다.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집 여자가 만나 사랑하지만 결국은 혼수문제로 이별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혼수문화의 추악성을 고발하고 있다.

 

최근 탤런트 이민영-이찬 커플의 파혼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과다혼수 요구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혼수는 제 분수를 좇아 준비하면 최선이다. 그런데 점점 더 물질만능으로 빠져들고 있다. 허세와 거품과 사치로 물들어 버린 이 혼수 때문에 예비신부들이 혼수(昏睡)상태에 빠질 지경이다.

 

혼수 제대로 못해와 매일 구박받는 며느리, 혼수 비용을 마련치 못해 결혼 못한 연인, 딸 혼수비용 장만하느라 아파트에서 전세로 이사 간 부모 이야기 등등. 얼마전에는 혼수비용을 장만하러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예비신부도 있었다. 혼수로 인한 이혼도 늘고 있다. 그 비율이 2003년 1.2%에서 2005년에는 7.3%였다. 6배나 늘었다. '혼수 스트레스' 는 이제 드라마 같은 현실이 되고 있다.

 

혼수시비는 ‘배후 조종’하는 부모 탓이 크다. '내 자식 이만큼 키웠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는 보상심리가 끼어드니 꼬일 수 밖에 없다. 속물근성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처럼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종국에는 자신도 잃고 만다. 돈만 아는 형편없는 어머니 때문에 아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재물에 눈이 어두운 부모들이 자식들의 행복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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