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화려한 휴가’가 전국을 강타했다.영화는 슬프다.“광주시민 여러분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대사다.1980년 5월의 광주를 스크린 위로 불러낸 ‘ 화려한 휴가’는 보는 이에게 피 눈물 나는 죄의식을 불러 일으킨다.김수환추기경은 시사회에 초청한 배급사에 “나는 가슴이 아파 그 영화를 볼 수가 없어,자네들은 정말 그 사건을 몰라.”라고 거절했다는 것이다.김추기경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렸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다.돈 없는 노인을 무료로 태워주는 착한 택시 운전사 민우(김상경분),그에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며 서울대 법대 입학이 목표인 고등학생 진우(이준기분), 둘은 부모없이 살아가면서도 어두운 기색이 하나도 없다.진우와 함께 성당을 다니는 신애(이요원분 ) 역시 엄마가 없지만 예비역 특전사 출신 아버지(안성기분)와 함께 구김살 없이 살아가고 있다.월남 방위 출신 택시 운전사,별다방 미스 김을 좋아하는 제비족,제자를 사랑하는 맘 깊은 선생님,웃는 모습이 넉넉한 신부님,책임을 다하는 의사.그들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상했듯이 그 때의 사건만 일어 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1980년 5월18일은 이러한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곧 철수하겠다는 계엄군의 말만 믿고 기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다 계엄군의 총탄에 어이없이 죽어나간 시민들.사랑하는 부모,자식,형제 ,연인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시민군을 조직하고 마지막까지 대항했지만 총칼 앞에서는 힘 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 세상은 광주를 잘 모른다.올해 5월 광주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진 대학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20∼30대에게 조차 이미 잊혀져 가는 역사다.그러나 화려한 휴가 제작진은 역사적 비극의 단면을 극적 감동과 함께 정면으로 전하는데 성공했다.잊혀져 가는 역사를 되살려 낸 것이다.화려한 휴가가 대선 정국과 묘하게 맞물려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분명 젊은 세대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영화 시사회장에서 주연 배우 김상경은“ 영화의 힘이 정치하는 분들보다 클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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