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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2대 주목 군락지 덕유산

천년 산다는 나무, 개발에 쓰러져 간다…인공강설 등 기후변화 영향 추정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주목. 기나긴 생명력으로 천년의 삶을 사는 주목은 죽어서도 빛을 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사한 주목의 뼈대는 더욱 하얗고 신비스럽게 변해간다.

 

덕유산 향적봉 일대는 주목과 구상나무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소백산과 더불어 국내 2대 주목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음을 비추는 명경지수처럼 고여 있다가 바위를 타고 미끄러지듯 흐르는 구천동 계곡은 원시림의 무성하고 축축한 기운을 북돋운다.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구천동 계곡의 주변 숲에는 다양한 낙엽활엽수 수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어나무, 당단풍나무, 박달나무, 고로쇠나무, 개옻나무, 물푸레나무, 신갈나무, 비목 등 수목안내판이 매달려 있는 것만 해도 수십 종이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철쭉이 바위틈에서 연분홍 미소를 드리운다.

 

▲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만든 아름다운 주목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3km, 가파른 길이 인내를 시험한다. 하늘이 가까워지는 8부 능선에 오르자 구상나무와 주목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멀리서 봐도 나무 한부분이 고사하거나 속이 비어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등산로 주변에 우람하게 자리 잡은 주목들은 덕유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기념 촬영을 위해 기꺼이 제 모습을 내주고 있다.

 

덕유산은 한라산, 지리산,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주목의 중간기착지이자 구상나무의 북한계선으로 주목과 구상나무가 혼생하는 특징을 보이는 곳이다.

 

향적봉 일대에는 수령 300~500년 사이의 주목 수백 그루와 북서사면에 주로 분포하는 구상나무가 자생한다. 고산지대의 거센 바람과 눈보라에 맞서느라 한쪽가지를 접거나 줄기가 뒤틀리면서 아래위로 아름다운 굴곡을 만들었다.

 

세월의 고단함과 신산함은 천수를 누린 주목의 백골 앞에서 당당함으로 승화되는 듯하다.

 

▲ 주목과 구상나무 잔혹사

 

천수를 누리던 주목과 구상나무의 평온한 삶은 무주리조트가 들어서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90년 개장한 스키장과 숙박시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용 국제 스키 슬로프가 1480m 고지까지 올라오면서 구상나무와 주목군락지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설천봉 주변에 이식한 주목과 구상나무는 각각 253구루와 113 그루. 결과는 참혹했다.

 

구상나무 일부는 5년 만에 전체가 고사했다. 이식 율이 높다는 주목도 이 시기 겨우 절반 정도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나마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병충해에 시달리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사해 가고 있다.

 

스키장 주변에 분포하는 주목에게 인공강설이나 골프장 시설로 인한 기후 변화가 건강한 생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고 작은 개발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안성면 능선 아래에 두문, 덕곡리에 골프장 기업도시가 들어서고 설천면 쪽에는 태권도 공원이 들어선다.

 

한때 이들을 연결하는 곤돌라를 국립공원을 통과해서 짓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할 정도로 국립공원은 위협받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국립공원의 모습이다.

 

▲ 구상과 주목의 생태를 고려한 복원계획 절실

 

개발을 승인한 국립공원은 부랴부랴 주목 군락 복원지 사업을 실시했다. 대피소에서 중봉에 이르는 능선 사면 1만6529m²에 5000그루의 어린 주목을 이식했다.

 

15년 가까이 흐르면서 일부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몇 그루가 살아남았는지 복원계획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북대학교 김창환 교수는 "주목군락지의 변화상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영구 방형구를 설치하고 좌표를 명기한 분포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또 "등산로 주변과 능선사면의 주목 생육 상태, 기후변화로 주목의 경쟁 종이 될 수 있는 신갈나무가 혼재된 곳, 구상과 조목이 혼재하는 지역에 대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은 최근 항공 촬영을 통해 주목과 구상나무의 개체수와 분포도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향적봉 일대의 연분홍 철쭉은 아직 일러 피지 않고 진달래가 한창이다. 겨울 눈꽃까지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는 덕유산 꽃 산행에 나서거든 구상나무와 주목도 한번 눈여겨보자. 낮은 목소리를 세월과 삶을 얘기할 것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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