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 '눈눈이이' 곽경택 감독 "흥행 성공 위해서죠"
"결과가 제일 중요해요. 프로덕션 과정이 아무리 원활해도 흥행이 안되면 실패한 것이죠. 흥행 성공이라는 좋은 결과를 위해서 구원투수가 된 겁니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의 곽경택(42) 감독은 촬영 중반 이후 후배인 안권태 감독으로부터 메가폰을 이어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흔치 않은 감독 교체를 놓고 영화계에서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곽경택 감독은 "결국 결과물이 중요하다"는 말로 풍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곽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 감독으로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큰 액션신을 찍기 힘들었을 테고 장면과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넘쳐서 컨트롤이 쉽지 않았던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주위에서 모두 말렸지만 아끼는 후배를 위해 연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안권태 감독은 곽 감독의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에서 '우리형'으로 데뷔했다. 곽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안 감독은 곽 감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메가폰을 잡은 감독인 만큼 두 사람 사이는 각별하다.
곽 감독은 안 감독에 대해 "글쓰는 재주가 워낙 탁월한데다 우직하게 밀어붙이는데 강해 연출 실력도 좋다. 영화 속에서 생수통이 쏟아지는 거리액션 장면은 안 감독이 찍었는데 박진감 있게 잘 찍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남자들 사이의 대립각ㆍ악역 캐릭터 힘줬다 = 중간에 연출 바통을 이어받은 곽 감독은 한석규가 맡은 백반장과 차승원이 연기하는 안현민의 두 메인 캐릭터에 힘을 주는 한편 두 캐릭터 사이에 대립각을 명확히 세우는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다시 손봤다. 여기에 송영창이 연기하는 악역 김현태의 악질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감초 역할을 하는 트랜스젠더 안토니오(이병준)의 비중을 키웠으며 대규모 액션 장면도 보강했다. 곽 감독은 "기존에 촬영됐던 분량에 박진감을 더하고 대규모 액션 장면을 새로 찍거나 기존의 액션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며 "원래 시나리오는 '오션스 일레븐'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서로 얽히는 모습을 담아낼 생각이었지만 캐릭터들 중힘을 주고 잘라내고 하는 부분을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영창이라는 배우는 연기도 잘하면서도 캐릭터도 잘 드러내는 배우다. 느글느글하면서도 악랄한 면을 부각시켜 안현민보다 더 악한 인물을 만들어 냈다. 김현태까지 크게 세 축으로 대립하는 구도로 포인트를 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 한석규는 '독사'ㆍ차승원은 '구렁이' = 유오성, 장동건, 이정재, 주진모 등 굵직굵직한 남성 톱스타와 영화를 찍어왔던 곽 감독에게 '눈눈이이'의 한석규와 차승원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곽 감독은 한석규와 차승원에게 각각 '독사'와 '구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물론 좋은 의미에서"라는 주석을 달았다.
"한 선배(한석규는 곽경택보다 2살 연상이다)는 독을 품고 연기하며 자기 것을 찾아가는 모습이 꼭 독사 같아요. 반면 차승원씨는 느릿느릿하면서도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구렁이와 비슷하죠. 차승원씨와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연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고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한 선배와는 차를 마시고 함께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했어요." 곽 감독은 두 스타에 대해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눈눈이이'가 '태풍' 이후 다시 만든 투톱 영화이긴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배우들 사이의 신경전은 없었다. 연기에 있어서는 이미 일가를 이룬 연기자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인 상태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 '마초감독'이라고요?…"그럼 우짤끼고" = 곽 감독은 남성영화인 '친구'로 2002년 대박을 터뜨린 뒤 줄곧 남성 캐릭터가 중심인 영화를 만들어왔다. 자신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주로 영화화해왔던 까닭이다. '친구', '똥개', '태풍', '사랑' 등은 '지인에게 들은 얘기' 혹은 '관심을 갖고 찾아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눈눈이이' 역시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든 영화. "마초 감독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져보니 기다렸다는 듯 "그럼 우짤끼고(어떻게 하겠어)"라는 짧지만 악센트 강한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내가 남자고 남자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서 영화 속에서도 남자이야기가 많은 건데 그걸 '마초'라고 평가하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곽 감독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아이템 중 여자 이야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여성이 중심인 아이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모성애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다. 모성애가 주제인 만큼 여성 캐릭터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전사같은 인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눈눈이이'의 개봉 준비와 드라마 '친구'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곽 감독은 "영화화하고 싶은 수많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며 "'친구' 연출을 하는 동안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 차기작을 쓰는 식으로 영화 준비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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