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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기득권을 버릴 때 문화 비전이 보인다 - 전수천

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아시아 지역에 현대미술의 회오리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4, 5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진원지는 어쩌면 14년 전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미술의 새로운 이슈를 창출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서구 사회에 알려지긴 했지만 전 세계적 관심의 시각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아시아 미술은 1995년 9월 제 1회 광주 비엔날레가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도화선은 광주 비엔날레가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아시아는 현대미술의 불모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광주 광역시의 야심에 찬 정책으로 기획된 비엔날레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을 얻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품과 미술계 인사들을 광주에 불러 들임으로써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을 중심으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열리긴 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1, 2회로 막을 내려야만 했던 게 현실이었다.

 

광주 비엔날레 이후 상하이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타이페이 비엔날레가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됨으로써 국제 미술의 지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중국의 현대미술이 중국 경제를 밑거름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미술도 작품의 질이나 컨텐츠에서는 중국을 능가하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기획한 젊은(30세 전후) 작가들의 미술 축제인 아시아프는 작가들에게는 자극제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대중적 미술 인구를 넓힌 계기의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미술 인구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에게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사회가 구축되고 있다는 확신이 확인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상파울로 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 많은 미술 축제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들이 전시 주제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주관한다. 전시 장소를 제공한 도시의 주최측은 커미셔너에게 전시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겨준다. 전시의 성공 여부와 결과는 커미셔너의 능력에 따라 좌우 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도 커미셔너에게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그에게 어떠한 종류의 요구나 조건의 기득권을 제시하지 않으며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사고이다. 베니스나 카셀 그리고 상파울로와 같은 도시는 객관적 문화 예술의 차별화로 도시를 세계화하고 관광화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지역 도시에 기반을 둔 일부 미술 관계자나 작가들이 지역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하여 활동하려는 소인배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부인 할 수가 없다. .

 

지난 1년 동안 전북 도립미술관 관장 직을 놓고 많은 논란들이 난무하는 소식을 가끔 접하면서 필자는 내심 가슴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현재의 관장은 미술 이론과 전시 기획의 전문가이다. 개인의 성향은 모르지만 세계 미술의 흐름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은 물론 그 동안 지역적 특성을 살린 실험적인 전시 기획, 열린 마인드로 세계의 수준 높은 작품 전시를 유치하는 등 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관장은 어떤 인물이 올 지 모르지만 미술 전반에 걸쳐 폭넓은 안목과 객관성을 가진 사람이 관장으로 영입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기득권이 작용한다면 도립미술관의 기능과 위상은 물론 전북 문화예술의 후진성을 떨칠 수가 없을 것이다.

 

/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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