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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우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다

英 작곡 콩쿠르서 우승, 10월 BBC 오케스트라와 협연

국내 대중음악가가 영국의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영국 버밍엄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현재 왕립음악원 석사 과정에서 현대음악 작곡을 공부 중인 이우준(31)씨. 음악 필명은 터키어로 '실종'을 뜻하는 카입(Kayip)이다.

 

그는 지난해 영국 애버딘대학 작곡 콩쿠르에서 현악 4중주 곡으로 우승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0월24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애버딘뮤직홀에서 이씨가 작곡한 관현악곡을 연주하며 이 곡은 BBC 라디오3를 통해 전파를 탈 예정이다.

 

덕분에 그는 영국 현대음악 작곡가협회(SPNM) 선정 작곡가가 돼 3년간 계약하기도 했다.

 

이씨는 대중음악과 클래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한 창작욕을 자랑한다.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재학 시절 취미로 음악을 하던 이씨는 2002년 영화 '공공의 적'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이후 자우림을 발굴한 난장커뮤니케이션즈와 인연이 닿아 대중 가수의 음반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2003년 이상은 11집과 이승열 1집, 윤상 5집에 작곡과 편곡자로 참여했다.

 

2003년 학업을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2005년 런던 인디 레이블인 소닉360을 통해 전자 음악을 담은 1집 '카입', 지난해 버밍엄 인디 레이블 CCT레코드를 통해 2집 '슬로 무브스(Slow Moves)'를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했다. 유럽 현지 음악 잡지는 그의 음악에 대해 "시네마틱하다"는 리뷰를 내놓았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버클리음대 졸업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뮤직 테크놀로지를 공부 중인 윤상의 전자음악 프로젝트 '모:텟(Mo:tet)'에 참여했다. 더불어 지난해 클래지콰이의 리믹스음반 '로보티카(Robotica)'의 리믹스 편곡, 올해 정재형 3집과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 사운드트랙 작업도 했다.

 

휴학을 하고 한달 전 입국했다는 이씨와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이승열 3집과 세쌍둥이 국악팀 음반, 정재형과 영화음악 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윤상이 이끄는 모텟 음반 작업에 참여했는데 이 음반은 국내에서 11월 발매될 예정이다. 영국에서도 선보이기 위해 레이블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으로 건너가 현대음악 작곡을 공부하게 된 계기도 털어놓았다.

 

"퀸, 롤링 스톤스 등 영국 밴드 음악에 매료됐기 때문이에요. 굳이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차이를 꼽자면 음악적 언어와 곡을 발전시키는 방식, 구성이 다른데 장르의 구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클래식 작곡을 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전자음악적인 배경을 접목해 곡을 구성해요. 그러나 크로스오버는 결코 아닙니다."

 

이씨는 장르보다 곡자에게 내재된 핵심정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경을 그리는 느낌으로 소리에 접근합니다. 소리의 특성, 공간을 창출하는 방식은 제가 만든 어떤 음악에서도 저의 정체성이 살아있죠. 음악은 시간을 들여 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그는 그린란드를 다녀왔다. 내년 초 국내에서는 비상업적인 명상음악을 발표할 예정인데 음악에 쓰일 재료들을 채집해왔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이 위축됐잖아요. 음반제작자들이 상업적인 가치를 찾아 발굴하다보니 다양성을 넓히는 노력이 부족했던거죠. 국내 아티스트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 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결여된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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