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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준 도립미술관장 "어느 자리서든 전북작가 돕겠다"

11일 임기 마쳐

11일 부로 임기를 만료하는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장이 지난 5년간의 행보를 마치고 그간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desk@jjan.kr)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친절한 미술관'을 모토로 내세웠는데, 어느 정도 성취가 됐나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도민들이 미술관에 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보람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관이 관람객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현재까지 62만여명이 도립미술관을 방문하고 '찾아가는 미술관'이나 무료개방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은 관람객이 보고싶어하는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1일 임기를 마친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 관장(58)은 "이 곳에 있는 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조례개정 때문에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게 돼 염려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004년 도립미술관 개관과 함께 초대관장을 맡아 두번의 연임을 통해 5년 동안 미술관을 운영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작가들의 전시 보이콧이나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 연임 반대운동 등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처음이란 게 다 어렵지 않느냐"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술관 일이 힘들었다면 저에 대한 오해때문이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었죠. 하지만 다양한 입장들이 있기 때문에 고칠 건 고쳐야 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이 미술관 입장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죠."

 

그는 "지역작가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개관전을 시작으로 총 52회 전시 중 10회가 지역작가전이었다"고 했다. 사실 적은 예산으로 소장품을 갖추기도 만만치 않았다. 1년에 주어진 작품구입 예산은 2억원. 1점당 평균 500만원에 구입, 1년이면 40점 정도에 그쳤다. 지역작가만 해도 1500명이니 구조적으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 전 관장은 "현재 812점의 소장품이 있는데 이중 300점이 서예를 포함한 서화작품"이라며 "지역미술사를 정리하는 데 있어 미진한 부분도 있었지만, 콜렉션 만큼은 우리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는 서화로 특성화시켰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지역은 서화미술이 강했습니다.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의 단절이라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미술관에 들어오면 영구히 보존될 수 있기 때문에 사라지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작품들을 초창기에 집중적으로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최 전 관장은 "서화작품들이 비단 서예나 한국화하는 작가들에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며 "서양화를 하는 작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서양에서 아류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 뿌리와 접맥시켜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끝난 '아라재 소장명품전-보묵'전은 서양화가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며 "우리지역의 미술 정체성을 살린 콜렉션이 장기적으로는 작가들 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운동선수 출신이 지도자나 행정가가 되는 것처럼 미술 역시 작가세계를 잘 아는 작가가 미술행정에 유리할 수도 있지요. 반대로 기획을 계속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술사나 미술이론, 미술행정을 한 사람이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맡느냐가 아니라 자리에 맞는 변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는 "지역 미술인이라면 지역 실정을 잘 알아 좋고, 중앙 연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지역 미술을 진흥하고 프로모션하기에 좋은 것처럼 양쪽 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공개모집 중인 후임관장의 자격요건에 대해 민감한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어린 시절 이뤄진 감성교육은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학교에서 조차 예체능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살면서도 문화적으로는 서울의 삶에 못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는 인구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도립미술관인만큼 각 시·군이나 소외계층에 고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최 전 관장은 "다른 곳으로 가서도 미술일을 하게 되지 않겠냐"며 "어느 자리에서든 전북 작가들을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약속했다.

 

최 전 관장은 "백수가 되면서 '불안한 휴식'에 빠져드는 것 같다"며 "조만간 가족이 있는 경기도 파주로 거처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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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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