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 뛰어넘은 기품…삶의 무게 오롯이…도립미술관 전시회
여성 예술가에게 작품은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집안의 천사'가 되길 거부했던 도내 여성 작가 8명의 전시 '모악에 품다'를 열고 있다. 임섭수, 하수경씨(한국화가), 김화래, 김연익, 하수정씨(서예·문인화), 송영숙, 김수자씨(서양화), 양화선씨(조각)가 그 주인공. 다들 붓을 잡고, 캔버스와 마주한 지 30여년이 넘었다. 이들의 붓에는 이제 기교가 없다. 단지 기품만 남았을 뿐이다. 모악은 이들의 또다른 어머니가 되어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 작품까지 총 250여점을 안온하게 감싼다.
임섭수씨(경희대 객원교수)는 사물의 관념적 묘사에서 벗어나, 그리지 않고 그려지는 자유분방한 붓놀림의 세계를 추구한 작가다. 유행에 따르지 않고 전통적 감성을 새로운 방법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하수경씨(전주대 교수)는 기계적 삶을 영위하는 군상이 아닌 화해의 군상을 통해 인연의 의미를 부각시킨 대좌 시리즈부터 바람의 자취와 생명의 소리를 담은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물한다.
김화래씨는 작품의 여백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명상에 젖게 한다. 발묵용필이 뛰어나 사군자, 문인화를 거쳐 수묵담채, 수묵산수, 인물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선생의 손녀로 전북문인화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서예대가 성파 선생과 강암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했던 하수정씨(강암연묵회 부회장)는 늘 새로운 문인화를 추구해왔다.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한 지두화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화선지 대신 천연염색한 삼베와 모시, 한지천과 닥지를, 아크릴과 서양화 물감을 사용한 작품들로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김연익씨(전북미술협회 부지회장)는 우아한 품격과 서정이 넘치는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우관 김종범 선생에게 서예를 사사하고, 남천 정연교 선생에게 사군자를 사사했다.
송영숙씨(전주대 교수)는 현실을 떠난 초현실의 모노톤으로 서정적이고 추상적인 회화작업을 해왔다. 수평적 구도, 극적인 효과 없는 완만하고 자유로운 곡선을 구사해 가슴이 툭 트이고, 호쾌해지는 화폭을 건넨다.
'내면풍경'을 주제로 한 테라코타 작업과 브론즈 작업은 양화선씨를 대변한다. 브론즈를 암모니아로 처리해 녹색톤을 만들어 산과 나무의 색을 자연스럽게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김수자씨(원광대 교수)의 작업은 바느질과 회화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모노크롬을 연상시키는 구성주의적 경향, 자유롭고 활달한 표현주의적 색채, 기하학적 환원주의적 경향까지 늘 변신을 시도했던 캔버스가 펼쳐진다.
전시는 7월19일까지 진행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