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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한식의 세계화'와 전북에 거는 기대 - 이길형

이길형(CBS 마케팅본부장)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북핵 공동성명 발표와 FTA 타결 같은 정치적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의 데뷔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환영 만찬과 정상 오찬이 모두 한식으로 준비됐고, 대통령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각 국 정상들에게 한식 꼬치를 요리해주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선언 이후 '한식세계화 추진단'도 발족되면서 우리 고유의 맛으로 세계의 입맛을 잡으려는 노력이 거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4800조원인데 절반 정도인 2400조원이 외식산업이고, 앞으로 20년 후에는 외식산업이 자동차와 IT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통계도 있는 것을 보면 한식의 세계화 노력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음식은 필연적으로 문화를 동반할 뿐만 아니라, 동남아에 머물렀던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첨병 역할을 하게 돼 한식의 세계화는 서둘러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다가갈수록 우리의 농업과 식자재, 관광, 문화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북지역은 예로부터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고장으로 알려졌다. 전주를 빼놓고 한식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순창을 제쳐놓고 우리의 장류문화를 논할 수 있겠는가? 전주비빔밥은 고유명사가 돼 이미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한국을 오가는 여객기 기내식의 기본 메뉴로도 자리 잡았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의 대표상품 가운데 하나로 비빔밥을 내세우고, '비빔밥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요즘 전국적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고,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의 문화가 끊임없이 이어진 곳도 전주요, 전통주인 이강주의 고장도 전주다.

 

때문에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전북의 역할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또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과 태국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을 통해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는데 성공했다지만 음식은 그 나라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의 산물인 만큼 정부와 관의 주도를 통한 세계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나라의 보편적인 입맛과 식습관에 맞게 식단을 표준화ㆍ현지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이것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바로 우리 주변의 음식문화 개선으로 우선 실천돼야 하고, 전북과 전주가 바로 그 중심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단한 식사에도 수많은 반찬이 나오는 것이 꼭 자랑만이 아니라 메인 음식을 분명하게 하는 식단을 만들고, 스테이크의 익힘 정도를 고객이 주문하듯 맵기와 짜기 정도를 단계별로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식의 대표고장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음식점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고, 중앙정부도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최근 경남의 진주 비빔밥이 미국 진출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고, 경북 문경시도 산채비빔밥을 상품화해 보급에 나섰다. 이런 세계화ㆍ표준화 바람 속에 비빔밥의 대명사인 전주비빔밥도 명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의 입맛 속으로 더욱 다가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길형(CBS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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