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 심포지엄, 한국문단 새 지형도 그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제 세계적인 작가다. 등단 30년 만에 그의 작품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번역되고, 전후 일본 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며, 거대 폭력 속에서 개인의 상실감을 잘 그려내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 한국문단도 이런 이단아가 필요하다.
15일 오후 3시 김제 모악산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가 주최하고, 모악 문예(회장 김 영)가 주관하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문학'을 주제로 한'48회 한국문학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문학시장과 문학작품 분석을 통해 한국문단의 지형도를 그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명재 전 중앙대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소설(우리 소설문학의 현황과 모색방향)'을 통해 "소설가 박범신씨의 장편 「촐라체」 연재를 시작으로 공지영 이기호 박민규 백영옥씨 등이 가담하면서 인터넷 소설이 활성화 돼 문단이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김탁환씨와 정재승 교수의 합작소설「눈 먼 시계공」을 예로 들며 참신하고 진지한 미래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이건숙씨의 장편소설 「남은 사람들」와 같이 북한의 가난, 탈북, 인권문제도 균형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문학평론가 최지훈씨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의 아동문학'을 통해 "아동문학이 문학계에서 외면받고 서자 취급되던 시절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상업적 성공과 순수 미학적 성공이 거의 일치하는 장르가 바로 아동문학"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김진경씨의 연작동화 「고양이학교」를 예로 들면서 "해리포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완간 이후 시장의 호응이 좋아 속편이 요구됐다"며 "외국처럼 거대 장편 판타지는 아니더라도 낭만적 모험에 모티프를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동문학이 SF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풍토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윤재천 전 중앙대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수필'을 통해 "최근 수화에세이나 그림과 시가 있는 수필과 같이 '시 같은 수필'이나 '수필 같은 소설'이 유행하고 있다"며 "21세기는 '퓨전 에세이 시대'로 수필문학의 르네상스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영 전 서울대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시'를 통해 "우리의 전통 정형시인 시조의 발전으로 자유시가 형성돼 왔으며, 양자 사이의 적절한 긴장 관계에 의해 민족문학으로 발전돼왔다"며 "우리시의 세계화라는 명제를 두고 볼 때 시조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까지 열린 이날 심포지엄엔 김송배 시인, 소설가이자 인천대 명예교수인 오양호씨, 수필가이자 경남문학관 명예관장인 정목일씨, 아동문학가 이상현씨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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