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0:03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여성·생활
일반기사

[여성의 힘 2050] 이정애 고창 신림중 교장

생일잔치 열고 우산은행 운영…마을 공동체문화 가꿈 활동

"우리 학교는 시골에 위치해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 하지요. 학력이 조금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활기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 마디를 마치는 순간 고창 신림중학교 이정애 교장(61)의 얼굴이 환해진다. 교장으로서 첫 부임지이자 내년으로 그는 교직생활을 갈무리하는 그는 부임하는 곳마다 '마중물'이 되는 교육을 일궈온 주인공. 참교육은 결국 교사들의 열정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던 터였다.

 

지난달 22일 그는 또 한 차례 '욕'을 보았다. 학교가 작아 몇 년간 중단됐던 학교예술제를 그는 부활시켰다. 축제 당일날 사람들로부터 "오늘 욕보셨다"는 종일 들었다고 했다.

 

"부임하면서 학생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봄부터 학교축제 준비를 하자고 제안했고, 교사들과 학생들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을 보여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25명에 불과한 학생들이 한 시간 반 가량 어떻게 공연을 꾸려갈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냥 믿었습니다. 오카리나, 기타, 피아노 연주는 물론이고 영어 연극, 교사합창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어요. 마을 주민 모두가 어울리는 풍성한 축제가 되었지요."

 

지난 3월 이곳에 부임받은 그는 정년의 마지막 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관사에 들어가서 살기.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과 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그는 부임하자마자 '우산 은행'을 운영했다. 귀가시간 비가 갑자기 내릴 경우 농사일로 바쁜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우산을 가져다 줄 형편이 안 됐다. 학생들은 비를 맞고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알게 된 이 교장은 멀리 사는 학생들을 위해 우산을 구입하고 교장실에 '우산은행'을 마련해 비치해 두었다.

 

또한 그는 계절마다 합동 생일잔치를 연다. 학생들 하나하나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내용의 축시를 낭독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것. 교사들과는 집단상담도 한다. 집단상담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성장의 기회를 가질뿐 더러 담임교사들도 상담기법을 익히게 돼 학생들과 집단상담과 개별상담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퓨전 콘서트 공감21' 도 열었다. 각 기관과 마을회관에 포스터를 붙이고 이장님에게 음악회 안내방송도 부탁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와 남미의 정열이 가득한 환상의 하모니가 되는 무대가 마련했던 것. 그는 "낯선 페루인들이 앞에 서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니 마을 사람 모두가 처음 보는 구경이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평일 저녁만 되면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그는 화투를 치거나 무료하게 TV를 시청하던 할머니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들에게 '민들레님' '채송화님' 등의 별칭을 부르며 요가를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곳 생활은 정말이지 신이 납니다. 제가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쏟을수록 모두에게 번지는 큰 기쁨이 저를 행복하게 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누군가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지금, 이곳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이진선 여성객원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