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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청춘] 은나래실버센터 강설자 이사장

환갑넘어 대학서 사회복지 전공…노인들 웃는날까지 온 힘 다할터

강설자 이사장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돕고 있다. (desk@jjan.kr)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대학에 진학,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노인요양시설을 만들어 인생 2막을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인들과 '행복한 동거'를 하는 이가 있다.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명지원의 은나래실버센터 강설자 이사장(69)이 그 주인공.

 

강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2일 오후 은나래실버센터를 찾았다. 이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강 이사장을 만난 장소는 번듯한 사무실이 아닌 노인들의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인 센터 주방. 강 이사장은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 노인들에게 제공될 저녁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식사준비가 다 되자 강 이사장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의 식사를 돕기 위해 2층으로 향한다. 그리고 강 이사장은 이날 저녁 반찬으로 나온 생선의 가시를 위생 장갑을 낀 손으로 일일이 발라내 노인들의 식사를 도왔다.

 

치매 등을 앓고 있어 방금 나눈 대화 내용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지만 그들과 미소 섞인 대화도 빼놓지 않는다. 30여 분 남짓한 노인들의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강 이사장과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30년 동안 소양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어요.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게 됐죠. 그때 홀로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노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참 많이 훔쳤죠." 어린 아이들의 재롱이 좋아 어린이 집 운영을 시작했던 강 이사장이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다.

 

강 이사장은 "당시에는 교회에 함께 다니던 몇몇 집사님들과 소양 구석구석을 다니며 병원에 가야하는데 교통편이 없어 가지 못하는 노인들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명절 또는 크리스마스 때 찾아가 말벗이 돼 주는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면서 "나중에 형편이 되면 이런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시시때때로 노인들을 돌보면서 먹었던 마음의 각오를 실천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어린이집 운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대학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자격증도 땄다. 또 현재의 소양면 화심리에 노인요양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도 시작했다.

 

"막상 노인요양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하는데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어요. 마을에 좋지 않은 시설이 들어온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았죠. 지난 3년여간의 일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강 이사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꼭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꼭 해야 한다는 의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강 이사장은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얼굴을 내밀었다.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며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명했다. 주민들이 마음을 열었고, 현재의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이런 강 이사장을 지켜보는 지인들은 '강 이사장은 참 억척스런 사람이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직원들은 노인들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철인이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센터가 완공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2008년 이후 그동안 살던 집도 마다하고, 센터 1층에 마련된 숙직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워야 할 일이 있을 때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올 1월에는 필리핀에 사는 막내딸이 임신해 도움을 주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한 달가량의 체류일정을 미리 앞당겨 귀국하는 일도 있었다.

 

"필리핀에 있으면서 뉴스를 봤는데 한국에 눈이 많이 와서 난리가 난 거에요.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잘 돌봐줄 것으로 믿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당장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강 이사장은 "이런 저의 행동 때문에 가족의 불만도 적지 않았어요. 편하게 쉬시면 안 되겠냐는 만류도 많았다"면서 "그래도 어려운 노인들을 돌보는 게 나에게는 사명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지금의 일이 너무 재미있고 보람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센터가 아직 자리를 완전히 잡지 못해 노인들에게 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면서 "형편이 허락하는 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매일매일 웃을 수 있도록 돕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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