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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성] 양은실 홀트아동복지회 전북아동상담소 상담원

부모와 아이, 인연의 끈 이어주는 일 '보람'…부산 사건으로 국내입양 위축 걱정…서민층 불임·신앙가진 부부 적극적…아이보다 가족조건 우선 풍조 아쉬워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 전북아동상담소 양은실 상담원(36)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이런 기사가 나가면 버려진 아이들은 또다시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김길태가 입양으로 범죄자의 길로 빠져든 것처럼 비춰질 수 있거든요. 그나마 활성화됐던 국내 입양이 위축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요. 특히나 남자 아이 입양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 같아서요."

 

전북은 입양 불모지에 가깝다. 2007년 53명을 시작으로 2008년 43명, 2009년 53명.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것까지 합하면 입양된 아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국적으로 1%에 그친다. 하지만 공개입양부모모임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다. 그는 "소수의 열혈 회원들이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2007년은 우리나라 입양 역사의 전환점이 된 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내 입양 우선 추진제'를 도입하면서 보호시설에 맡겨진 지 5개월 미만인 아동에 대해서는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입양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매달 10만원씩 보조금도 지급했다. 그 결과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을 앞섰다. 하지만 그는 '국내 입양 우선 추진제'는 입양 현실에서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낯을 덜 가릴 때 입양 부모와 연결시켜 주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국내 입양 우선 추진제'로 인해 무조건 5개월간 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겨야 해요. 위탁가정에 맡겨진 아이는 5개월 후 또 다른 가정을 가게 되구요. 그렇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이들 아니겠어요?"

 

특히 장애 없는 여자 아이만 선호하는 국내에서는 입양에 한계가 있다. 그는 "여자 아이를 선호하는 것은 가계 승계나 재산 상속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한 이유"라며 "성비 불균형 면에서도 해외 입양을 막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조언했다.

 

요즘처럼 불경기가 계속되면, 입양도 늘지 않는다. 그는 "실제로 입양을 하는 부모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서민층"이라며 "불임 부부이거나 신앙을 갖는 부부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정서상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일 좀 해보려고요.""(잡지에서 아이 사진을 건네며) 이렇게 생긴 아이 찾아주세요."부터 아이 아빠의 신상을 확인하고 아이의 사주까지 보는 입양 부모도 있다면서 아이 보다 입양가정이 우선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전엔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아이를 키워보겠다는 미혼모들이 절반 이상 돼요. 하지만 생계를 책임지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시설을 전전하게 되니, 차라리 입양을 보내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호적에 아이 이름을 올리면 입양이 불가능해지거든요. 평생 시설을 돌면서 아이가 커간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요?"

 

그는 "이같은 악순환을 방지하려면 미혼모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양육비를 매달 10만원씩 지원하는 전라북도의 노력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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