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해 답답하기는 하지만 출연자들의 행복감은 대단히 높습니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지구인인) 내가 행복한 것인지, '화성인'이라는 그들이 행복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13년차 백수' '39세까지 연애 못 해본 남자' '151cm 단신남' '성정체성 혼란남' '스킨십이 괴로운 여성' '5년만에 100억 탕진남' '하루 소주 10병 떡실신녀' '태닝에 중독된 다크 블랙녀'….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매주 화요일 자정 방송에 나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구와는 멀리 떨어진 별나라의 이야기 같다.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도 '화성인 바이러스'다.
종합오락채널 tvN의 리얼 토크쇼 '화성인 바이러스'가 최고 시청률 3.47%, 7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등의 성적을 내며 여름밤을 달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0일 '대한민국 0.1% 특이 식성 화성인을 찾아라 1탄'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3.47%(AGB닐슨, 케이블 유가구 기준)를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시청률은 6.03%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 17일 방송에서도 가구시청률 2.14%, 분당 최고시청률 3.76%를 기록하는 등 올여름 확실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강도 높은 인터뷰와 조사로 '진짜' 걸러내" = '화성인 바이러스'는 이제는 '국민 프로그램'이 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와 출발점이 같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순간포착…'과 유사한 색깔의 후발주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특이한 화면보다는 인터뷰에 집중하는 토크쇼라는 점에서 '순간포착…'과 다른 길을 걷는다.
지난해 3월31일 '2천억 원의 자산가, 장현우' 편으로 출발한 이 '화성인 바이러스'는 매회 1-2명의 '화성인'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등 세 MC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다.
'UFO 헌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Animal Communicator)' '압구정 패리스 힐튼' '미용실 중독남' '61번 성형 중독남' '구두와 대화하는 24세 슈즈홀릭' '50대 손담비' '열혈 갸루족' '6년간 레몬 3.2톤을 먹은 여성' '민머리 여자' '짝퉁녀'….
하나같이 특이한 이력과 취향을 가진 이들 출연진은 어떻게 섭외를 할까. 또 이들은 모두 진실만을 말하는 것일까.
지난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이근찬 PD는 22일 "출연자 섭외가 제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라며 "우리 역시 거짓 없는 리얼한 인터뷰를 위해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실시하고 다방면으로 출연자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 거짓말을 한 사람도, 연기를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인터뷰 과정에서 걸러집니다. 저와 작가 네다섯 명이 한 번에 2시간 정도씩 출연자와 인터뷰를 나누는데, 제아무리 거짓말로 무장하고 와도 그렇게 집중적으로 다방면의 질문을 받게 되면 대부분 빈틈을 보이게 되고 거짓말이 탄로 나게 됩니다. 또 그 사람에게 의문이 생기면 주위 사람들도 인터뷰를 해서 사실 확인을 합니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화성인 바이러스'는 여전히 '진짜'를 찾기 위해 많은 발품을 팔아야한다.
"프로그램 콘셉트가 독특하다보니, 제보나 신청보다는 제작진이 찾아내서 섭외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또 신청하는 사람 중에는 쇼핑몰 등 자신의 직업을 홍보하려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합니다. 3-4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설득해서 겨우 출연시킨 사람도 있습니다."
◆"'틀린 사람' 아닌 '다른 사람' 조명" = 제작진이 찾아낸 화성인의 첫마디는 대부분 "전 화성인 아닌데요?"다.
이 PD는 "다들 섭외를 하면 '제가 왜 화성인이죠?'라는 반응이다. 99%가 그렇다. 다들 자신은 평범한데 단 한 가지 부분에서만 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며 출연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런데 그분들을 설득해서 출연시키고 나면 대부분이 재미있고 유쾌했다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페이트'와 6년째 열애 중인 21세의 남성이 출연했다. 페이트 관련용품을 모으려고 1천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힌 이 남성은 페이트 캐릭터가 새겨진 대형 베개와 함께 레스토랑, 영화관, 놀이공원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2인 요금을 지불했다. 그야말로 '화성인'인 것이다.
이 PD는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삶에 정답이 없듯이 나와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틀린 사람은 없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출연자를 보며 '왜 저렇게 살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프로그램 출연자들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어요. 그들이 삶의 질을 평가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따라가지 않아서 뒤처져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것을 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특이한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처음에 '화성인 바이러스'는 10회 정도만 하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길어야 1년 간다고 생각했고요.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출연자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이는 우리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자 섭외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벌써 2년째 73회까지 방송했어요. 출연자 수로만 130-140명이 되죠. 저희 MC들은 5년만 더하자고 해요.(웃음) 저도 뭐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슴 사이즈 H컵 여성' '400명 어장 관리녀' 등으로 선정성, 조작 논란을 겪기도 했다.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 PD는 "앞선 그 두 가지 논란 이후에는 그런 류의 아이템은 전혀 채택하지 않고 있다.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고충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논란이 되니 우리도 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화성인들의 진솔하고 리얼한 삶의 이야기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