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제가 평소 너무나 하고 싶었던 캐릭터입니다. 세상을 눈처럼 깨끗하게 바라보는 순수한 안나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도지원(43)이 작년 6월 시청률 39.8%로 막을 내린 KBS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의 '엄청난'에 이어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의 '안나 레이커'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작년 10월 첫선을 보인 '웃어라 동해야'가 최근 들어 시청률 30%대를 이어가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심에는 정신연령이 9살에 머문 정신지체 여성 안나가 첫사랑이자 아들 동해(지창욱 분)의 아버지인 제임스(강석우)를 20여 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는 스토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에서는 안나가 겨우 재회했지만 다시 자신에게서 도망친 줄 알았던 제임스가 실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이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내용이 펼쳐지며 흥미를 더했다.
도지원은 "우리 드라마가 4-5월에 끝날 예정인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나 역시 너무나 궁금하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이야기가 많아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률은 높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은 '수상한 삼형제' 때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듯 했던 도지원은 안나로 사는 지금 무척 평온해보인다. 안나를 연기하며 네티즌으로부터 '절대 동안'이라는 별명도 얻은 그는 순수함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상한 삼형제'에서 엄청난을 맡으면서 이름처럼 엄청난 짓을 많이 할 것이라는 각오는 했지만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제 나름대로는 엄청난의 엉뚱한 면에서 코믹한 부분을 끄집어 내 강조함으로써 캐릭터를 좀 순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에게는 무척 강한 캐릭터로 각인됐죠. 그 후 곧바로 안나 역이 들어왔을때 정신연령이 9살이라는 점이 걸렸지만 엄청난과는 정반대의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라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순수성을 잃는데 40대에도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계산적으로 살지 않고 모든 것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안나라는 사람을 표현할 수 있어 기뻐요."
도지원은 실제로도 안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착하고 여린 심성과 아이 같은 순수함을 이야기한다. 연예계 생활 20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그는 한결같은 모습이다.
"중학교 때 저 자신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당시 순수한 제가 좋았어요. 그때 '할머니가 될 때까지 순수함을 잃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세상을 너무 알게 되면 제가 변할까 봐 걱정이 돼 또다시 같은 결심을 했고, 연예계에 데뷔하면서도 그 결심을 다시 다졌습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 분명히 변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것은 선입견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그때그때마다 상황에 적응은 하면서도 제 자아와 가치관은 잃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지금 안나를 연기할 수 있는 것도 평소 제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도지원은 발레리나 출신이다. 한양대 무용과에서 발레를 전공한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1년 반 정도 활동하다 화장품 모델로 발탁돼 연예계에 입문했다.
"어려서부터 연기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은 했지만 제겐 발레가 중요했고, 학교를 성실하게 다니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딴생각을 안했죠. 그런데 제가 조용하고 여성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운동은 진짜 열심히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단력을 발휘하는 등 남성적인 면이 있다고 할까, 의외성이 좀 있어요. 화장품 모델 제안을 받자 바로 다음날 국립발레단에 사표를 낸 게 대표적이죠.(웃음)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고요."
화장품 모델에 이어 1990년 KBS 일일극 '서울 뚝배기'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도지원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일출봉' '폭풍의 계절' '목욕탕집 남자들', '호텔' '까레이스키'를 거치며 연기력을 다진 그는 2001년 SBS '여인천하'에서 표독스러운 경빈 역을 맡으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경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그는 오랜기간 독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인천하'의 경빈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이후 여성스러운 역할이 안 들어왔어요. 너무 속상했죠.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독한 역만 하라고 할까 싶었죠. 안나 역이 들어왔을 때 정신연령이 9살인 여성을 어찌 소화해야하나 고민이 컸지만 제 도시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안나를 연기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적인 연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사보다는 행동과 외모에서부터 진짜 안나처럼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20대의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 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그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안나가 평범한 여성이 아니고, 아들이 오히려 엄마를 딸처럼 보살펴주는 관계라 그점은 상관없었어요. 동해와 안나는 쌍둥이 같고, 분신 같은 관계예요. 아들이 엄마를 아기 다루듯 보살피는 쪽이라 안나가 많이 의지하죠."
도지원은 "예전에는 머리로 연기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20여 년 간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고 중간에 슬럼프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연기를 하고 싶다. 몸이 좀 힘들어도 캐릭터를 다양하게 바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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