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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10년간 뉴스에 '올인'하며 살았죠"

"지난 10년간 제 삶은 온통 뉴스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삶은 아니었죠. 하지만 제가 말하는 순간 순간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은 늘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SBS 김소원(38) 아나운서는 천상 앵커였다.

 

'국내 최장수 여성 앵커'란 기록을 남기고 지난 18일 SBS '8뉴스'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연방 "후련하다"고 했지만, 뉴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예의 '앵커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경북 청도의 한 사찰에서 모처럼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는 김소원 아나운서를 30일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후련합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난 아직 뛰어난 앵커가 되지 못한 것 같은데 교체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10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제가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아직도 좋은 앵커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만, 이만하면 만족스럽게 달려왔다고 생각합니다."

 

김 아나운서는 2002년 주말 '8뉴스' 앵커로 발탁된 뒤 2004년 평일 '8뉴스'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8년간 같은 자리를 지켰다. 한국 여자 앵커의 상징과도 같은 백지연ㆍ한수진 앵커보다도 2년가량 긴 기록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뉴스 앵커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김 아나운서는 "사실 저나 동기들, 선배들은 모두 제가 예능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면서 "이렇게 앵커를 오래 할 줄은 몰랐다. 운명 같다"고 웃었다.

 

"사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했다면 나름대로 굉장히 재밌었겠죠. 하지만 저는 원래 후회가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결국 저를 만들었으니 아쉬움은 없습니다."

 

 

 

앵커로 사는 동안 그는 매일 오전 9시께 일어나 뉴스가 끝나는 밤 9시까지 '최고의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방송 모니터 등 뒷정리를 끝낸 뒤 새벽 2∼3시께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모든 일정이 뉴스에 맞춰져 있는 수행자 같은 삶이었다.

 

"재미없게 살았죠. 저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오직 뉴스를 위해 사느라 삶의 결을 풍성하게 하진 못했어요. 주말이 와도 잠깐 친구를 만나거나, 장을 보러가는 정도의 외출 이외에 장거리 일정은 엄두를 못 냈죠."

 

그래도 앵커가 좋았던 이유는 '역사의 현장'을 전한다는 흥분 때문이었단다. 김 아나운서는 "제 입을 통해 역사의 순간순간을 시청자에게 전한다는 점, 소위 가장 '핫'한 이슈의 첨단에 제가 서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잊혀지지 않는 순간은 천안함 사태와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사태를 전할 때였다고 했다.

 

"제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딱 두 번 눈물을 참기 힘든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천안함 때와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사건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앵커는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 만큼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시청자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켰는지 그런 모습도 예쁘게 봐 주신 것 같아요."

 

그는 앵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중심을 잘 잡을 것, 뉴스에 함몰되지 말 것'의 두 가지를 주문했다.

 

"앵커라는 직업은 서비스 직종이죠. 우리가 만들어낸 일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담아다 전하는 게 앵커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본인이 시청자보다 더 잘나고 똑똑한 것처럼 착각하거나, 뉴스를 통해 전하는 것이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앵커는 누구보다 겸손해야 하고, 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리스마 있는 앵커, 시청자를 이끄는 앵커보다는 하루를 마감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소원 아나운서는 이제 '8뉴스' 스튜디오를 떠나 라디오 DJ 자리에 앉는다. 다음 달 4일 첫선을 보이는 SBS 러브FM(103.5MHz) '김소원의 SBS 전망대(월∼금 오전 7시10분)'가 그의 새 무대다.

 

"제게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오랜만의 라디오 진행이기도 하고, 방송 시간대가 오전 7∼9시라서 이전과는 정반대의 시각에 각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아직 '차별화 전략' 같은 건 마련하지 못했지만, 출근길 청취자들이 가볍게 들을 수 있도록 몇 번 정도는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만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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