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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VS '일대종사'

8월 한달 동안 스크린을 점령했던 충무로표 영화들이 개학철을 맞아 서서히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던 '설국열차'의 속도는 더욱 느려졌고 '숨바꼭질'의 상승세는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이들의 부진 속에 등장한 헐리우드 영화들의 주말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액션/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 4명의 마술사가 펼치는 마술 범죄

각 분야 최고의 마술을 펼치는 4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Four Horsemen). 이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대중 앞에서 수 초 만에 프랑스에 있는 은행을 터는 신기한 마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은 포 호스맨을 절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풀어준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딜런은 인터폴 요원 알마(멜라니 로랑)와 함께 이들을 다시 추격한다.

 

'나우 유 씨 미'는 각 분야에서 한가락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귀중품을 훔치는 '오션스 일레븐' 같은 범죄물에다 대중이 신기해하는 마술이라는 소재를 덧입힌 작품이다.

 

검증된 장르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버무려 대중영화로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속사포 같은 대사가 장점인 제시 아이젠버그(아틀라스 역)가 인도하는 속임수, 어딘가 노련한 우디 해럴슨(메리트 역)의 최면술 등 다양한 마법이 볼거리다.

 

특히 프랑스 은행을 터는 장면이라든가 자동차 추격신, FBI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는 포 호스맨의 도주 실력, 여기에 경쾌하고 빠른 액션까지 양념으로 들어가 있어 눈요깃거리가 풍성하다.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같은 대배우들을 비롯해 할리우드에서 탄탄한 연기로 인정받는 아이젠버그, 해럴슨 등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인크레더블 헐크' '타이탄'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원제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는 마술사들이 마술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종의 주문이다. 통상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7천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 일대종사 (액션/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 왕가위 감독이 그리는 영춘권 창시 엽문 일대기

홍콩 출신 유명 감독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의 신작 '일대종사'(一代宗師)는 무술의 고수가 내지르는 주먹과 발차기 하나하나에 삶의 철학을 담으려는 야망이 보이는 작품이다.

 

리샤오룽(이소룡·李小龍)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인 '엽문'(葉問)의 삶과 그가 살다간 시대를 감독 특유의 세련된 영상에 담았다.

 

앞서 전쯔단(甄子丹) 등이 주연한 '엽문' 시리즈가 간결하지만 파워풀한 액션과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왕자웨이의 이번 작품은 화려한 영상미와 고수들의 삶의 철학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일대종사'의 배경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가 몰락한 뒤 공화정치 시대를 맞아 혼란스럽고 분쟁이 계속되던 20세기 초중반 중국이다.

 

중국 남부 무술의 중심지인 광둥성 불산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엽문(량차오웨이)은 팔괘장의 제창자 '궁보삼'의 은퇴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그의 딸 '궁이'(장쯔이)를 만난다.

 

마치 사랑을 나누듯 펼쳐진 대결의 순간을 마음에 품고 헤어진 둘은 편지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지만, 일본의 침략과 함께 모진 운명은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본에 집을 빼앗긴 엽문은 아내 장영성(송혜교)과 헤어진 뒤 홍콩으로 건너가 지도자의 길을 걷고, 궁이는 제자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를 다짐한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등 전작에서 보여준 빼어난 영상미로 유명한 왕자웨이 감독의 작품답게 극중 무술 고수들이 벌이는 대결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멋스러움을 뽐낸다.

 

정확한 동작으로 맞아 들어가는 배우간 합(合)이 투명한 빗줄기와 새하얀 눈, 때로는 기관차의 증기와 어우러져 한 폭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유명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을 중심으로 실제 무술 고수들이 촬영에 참여했다.

 

특히 엽문이 무림 선배들의 시험을 거쳐 궁보삼과 삶의 철학을 겨루는 '전병 찢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과 궁이가 원수인 마삼(장즈린)과 열차 승강장에서 벌이는 승부는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엽문의 '말이 적은' 아내 장영성으로 분한 배우 송혜교는 짧은 시간 출연에도 표정만으로 애틋함과 품위, 상실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내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쿵푸는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원칙으로 꼿꼿이 역사를 견디던 엽문에게도 영화 후반부의 '밥벌이'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었다. 우리 삶이 어쩌면 '무림'의 그것보다 더욱 험한 것일 수 있다는 감독의 철학이 담긴 것 같다.

 

올해 63회 베를린영화제와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이다. 왕자웨이 감독이 기획에 6년, 촬영에 3년 등 총 9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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