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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관상' VS '뫼비우스'

■ 관상 (드라마/ 142분/ 15세 이상 관람가)

- 통치자의 관상으로 본 '조선의 운명'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癸酉靖難)은 조선왕조에서도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왕권과 신권의 갈등, 야망과 명분의 충돌, 꼿꼿한 절개와 비루한 야합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은 기존 사대부 중심의 서술보다는 몰락한 양반과 '관상'이라는 소재를 결합시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본 팩션(Faction)이다.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권력 투쟁의 비정함과 바르게 살고 싶지만 시대적 한계 탓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의 무력감을 담았다.

 

역적의 자식으로 깊숙한 시골에 은거한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상가이자 기생 연홍(김혜수)의 매혹적인 제안을 받고 처남 팽헌(조정석)과 함께 한양으로 향한다.

 

그러나 연홍의 사기극에 속아 울며 겨자먹기로 무보수 관상을 봐주던 그는 우연히 관상만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실력을 발휘하며 당대의 실력자 좌의정 김종서(백윤식)의 눈에 든다. 김종서는 내경을 문종(김태우)에게 천거하고, 내경은 문종의 명으로 야심가 수양대군(이정재)의 관상을 보러 간다.

 

'관상장이' 이야기로 계유정란을 새롭게 바라봤다는 점에서 영화 '관상'은 신선하다. 초반 코미디와 중반을 넘기면서 서서히 피치를 올리는 드라마도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특히 초반 코미디는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송강호와 조정석의 콤비플레이는 최근 나온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압권이라 할 만하다. 특히 송강호의 연기는 탁월하다. 민망한 상황에서 나오는 엉뚱한 표정은 '살인의 추억' 등에서 보여준 전성기 때의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역할을 통해 시선을 끌었던 조정석은 송강호라는 명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걸쭉한 웃음을 선사한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답게 미술과 의상도 화려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이종석과 이정재·백윤식의 호연, 코미디와 드라마의 자연스러운 넘나듦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보기에 무리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는 아쉽다. 특히 김종서와 수양대군 등 실존 인물에 대한 접근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감독은 다이내믹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의 다층적인 고민과 그들의 명분을 세밀하게 살피려 들지 않는다.

 

이야기의 끝을 향하고자 이처럼 캐릭터의 '다층성'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밀도있게 흐르던 영화의 이야기는 막판에 헐거워진다. 내경을 중심에 두고 사건을 진행하며 발생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은 한재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 뫼비우스 (드라마/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 아버지,어머니, 아들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

뫼비우스의 띠는 한 점에서 출발해 한 방향으로만 나가면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특성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 '뫼비우스'는 이러한 뫼비우스 띠의 특징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욕망의 순환을 그렸다.

 

남편(조재현)의 외도에 신물이 난 아내(이은우). 남편에 대한 증오는 들불처럼 번져 아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흥분한 상태에서 아들(서영주)의 성기를 자른다. 자신의 부덕 탓에 고통을 받는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버지는 자신의 성기를 잘라 아들에게 이식하려 한다.

 

영화는 일반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망가진 가족의 자화상을 그린다. 악행을 거듭할 때마다 점점 흉악해지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처럼 욕망에 포획된 가족 구성원들의 행위는 점점 추악해진다.

 

김기덕 감독은 일종의 알레고리를 통해 현대인에게 욕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그는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 가족 욕망인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아버지-어머니-아들이 실제는 한몸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을 통한 변증법적 발전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틀로써 이해한다고 해도 영화의 표현 방식과 수위는 충격적이다. 아들의 성기를 절단하거나 모자(母子) 동침 등 사회적 통념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관객은 상영시간 90분이 무척이나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여성을 조명하는 끈적끈적한 카메라의 시선도 일부 관객에겐 불쾌할 수 있을 듯하다. 욕망의 문제를 결국 종교를 통한 치유로 귀결시키는 결론도 극을 이끌어온 충격적인 방식에 비춰 고민의 흔적이 깊어 보이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을 발휘해온 김기덕 감독답게 기상천외한 장면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웃음은 이 영화가 지닌 강점이다. 대사가 한 마디도 없어 영상만을 집중해서볼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나쁜 남자'(2001) 이후 12년 만에 김기덕 감독과 손발을 맞춘 조재현의 연기를 주목해서 볼만하다. 폭주하는 욕망과 아들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나름대로 윤리적인 결단을 내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력을 곁들여 표현했다. 열다섯 살에 불과한 서영주의 연기도 눈길을 끌지만, 일부 장면은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논란의 소지도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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